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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광장) 우리의 문제는 지속가능성이 아닌 부양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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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우리는 또 한 번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서있다. 문명의 진화경로를 통찰하고 적절한 답을 찾아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오늘의 시대-환경적 변화를 주도하는 동인이 무엇인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바르게 읽고 예지로써 답을 찾아야 한다. 찾지 못한다면 진화의 마당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문명 대전환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핵심개념은 부양능력 문제다. 인류는 부양능력이 고갈되거나 위기에 처할 때마다 새로운 차원으로 문명을 진화시켜 문제를 해결해왔다. 농업혁명, 도시혁명, 글로벌화, 에너지 체계 전환과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혁명의 실질적 동인은 ‘부양자원의 고갈 위기’였고, 모든 혁명의 핵심성공요인은 ‘부양능력의 확대’였다. 성공한 모든 혁명은 부양능력 혁명이다.
고고학적 증거를 보면, 최초의 인간은 삼백만 년 전 즈음에 아프리카에 나타났다. 단순한 석기를 사용했다. 대략 백만 년 전의 인류는 유럽과 아시아로 확장하며 수를 늘려갔다. 크로마뇽인이라고도 하는 현생인류(Homo Sapiens)는 대략 5만 년 전부터 번성해 6만 세대를 살았다.
당시의 지식과 기술, 자본의 수준을 감안하면 크로마뇽인의 수렵경제는 한 명의 삶을 부양하기 위해서 10km2, 여의도의 3배에 이르는 사바나 사냥터를 필요로 했다. 돌팔매와 총으로 하는 물소사냥을 비교해보면 능히 짐작이 된다. 아프리카-아시아-유럽(AAE)의 사바나 전체를 자원으로 삼아도 적정 부양인구는 고작 2백만 명 수준이 된다. 인구변화가 없었다면 우리 인류는 크로마뇽의 수준에서 지속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인구는 이미 대변화의 임계점을 통과한 상태였고, 지금의 온실가스 증가 추세와 같이 막을 수 없는 상태였다. 기원전 1만 년 즈음에 이르니 크로마뇽인의 인구는 대략 500-800만 명 수준으로 증가한다. 수렵경제의 적정 부양능력을 3배 넘게 초과한 것이다.
1만2000년 전 터키의 고원지대에서 좁아진 사냥터를 두고 크로마뇽인들은 갈등했다. 그리고 약한 자들이 사냥터에서 밀려났다. 이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스스로를 부양해야 했다. 사바나의 외곽, 버려진 변두리 땅을 찾아 야생의 밀과 보리를 골라 키우니 농업의 시작이다. 밀과 보리에 이어 벼와 옥수수가 발명된다. 소와 말과 돼지와 양도 발명된다. 이후 농업은 1만 년을 계속 발전한다. 천수답에서 관개농으로, 가축을 사용하고 이앙법이 발명되고 비료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제 500m2의 경작지만 있으면 한 명을 부양할 수 있으니, 농업혁명은 무려 2만 배의 부양혁명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으로 농업혁명을 꼽는 이유다. 만이천 년 전 농업혁명으로 수렵경제의 부양한계를 해결한 이후 18세기 말까지 우리 인류는 식량생산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 다만, 생산이 아닌 배송이나 거래, 갈등과 전쟁, 정치적 비효율 등으로 국부적인 부양파탄이 있었을 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멜더스는 철저하게 틀렸다. 우리 인류는 이제 75억 명이 되었다.
농업경제는 늘어난 부양능력으로 잘 살게 된다. 당연히 수렵방식과 비교해서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게 되었다. 농업생태계도 무럭무럭 자라서 인류는 자연계에서 스스로의 점유율을 높였다. 인구는 증가하기 시작하고 소비도 늘어 삶이 진화하였다. 농업이라는 기술혁명으로 인간은 같은 지구자원을 가지고도 인간 자신을 위한 부양능력을 키운 것이다. 같은 면적의 땅으로부터 무려 2만 배의 식량을 생산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부양능력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의 부양능력 문제는 자원위기와 환경위기로부터 발단되어, 기후변화와 일자리 문제까지로 심화되고 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환경위기, 에너지 및 부양자원의 고갈에 따른 경제위기의 심화로 국가 간 혹은 계층 간 갈등과 분쟁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 삶의 실질적인 마당으로서의 경제는 성장과 일자리를 부양함에 있어 점점 더 어려워하고 있다. 정치와 사회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말리고 있다. 이제 인류 문명이 성장의 한계뿐 아니라 부양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부양능력 한계는 새로운 번영으로 이전하는 혁명의 동력이다. 이 한계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농업)기술을 개발하거나 보다 생산성이 높은 방식을 창발하도록 강제한다. 중동에서 최초의 도시를 만든 것도, 페니키아가 지중해를 건너며 상업을 한 것도, 몽골이 지구의 절반을 정복해서 글로벌 교역 플랫폼을 만들어 지배하게 된 것도 당시 부양능력 한계를 먼저 직면하고 해결한 결과다. 영국의 석탄혁명도 미국의 석유혁명과 전기혁명도 같은 방식이었다.
그러므로 먼저 부양한계를 만남은 혁명의 주인공이 될 기회다. 성공하면 번영의 시대가 오니, 인구가 늘며 소득은 높아지고 삶의 수준이 향상되어 모두가 잘 살게 된다. 늘어난 부양능력은 더 많은 생산과 소비, 일거리와 일자리를 일으킨다. 다시 시간이 오래되면 새로운 문제가 생겨 부양능력 한계가 오고, 그 한계가 만드는 어려움이 새로운 혁명을 강력하게 창발한다. 그로부터 또 다시 더 큰 번영의 시대가 열린다. 이것이 우리 인류가 걸어온 문명의 역사다.

작성 : 2017년 05월 02일(화) 15:17
게시 : 2017년 05월 02일(화) 18:51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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