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라는 맥주 신제품을 출시했다. 맥아 함량이 66% 이하인 발포주 제품인 필라이트는 알코올도수가 4.5도로 기존 맥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가격은 717원(355㎖ 캔, 출고가 기준)이다.

이달 25일 출시된 ‘필라이트’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개당 800~850원에 판매돼 1만원이면 12개 정도를 구매할 수 있다.

동일용량의 기존 맥주보다 40% 가량 저렴해 맥주 시장의 가격파괴를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맥주뿐만 아니라 각종 인스턴트식품 시장에서도 가격파괴 바람은 심상치 않다.

25cm 크기 한판 가격이 5000원대에 불과한 냉동피자는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한 잔 당 5000원 남짓인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 제품의 5분의 1 가격에 판매되는 커피도 날씨가 더워지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같은 가격파괴 현상은 경기불황의 어두운 그림자다.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가벼워지자 기업들이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붙잡기 위해 내놓은 임시방편이다.

최근의 경기상황이나 고용현황을 보면 기업들의 가격파괴는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소비력이 우수했던 대기업 종사자들도 최근 고용한파에 시달리는 등 내수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내 30대 그룹에서 약 2만명의 인력이 직장을 잃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계열사 중 253개사의 고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고용인원은 총 93만12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9903명이 감소했다.

남자직원이 1만5489명 줄었고, 여직원은 4414명이 줄었다.

남자직원의 대부분이 결혼한 가장이라고 전제할 경우 4인 가족 기준 6만명에 가까운 소비자가 고정적인 수입을 잃은 셈이다.

이 같은 고용불안이나 경기침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가격파괴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품질저하나 서비스 악화 등 무형의 피해를 입는 당사자는 바로 소비자다.

마케팅 원론에서 가격은 가장 중요한 4대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소개한다.

그러나 최근 내수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격파괴 바람은 정상적인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그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값싼 맥주나 피자, 커피를 즐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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