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에너지 산업ㆍ기업 시공ㆍ안전 정책ㆍR&D 오피니언 피플inSide 전기家
(섬진강편지)(54)알프스의 꽃들과 영화 ‘그루밍선데이’
바람 불지 않아도 벚꽃잎 분분한 섬진강길
[ 해당기사 PDF | 날짜별 PDF ]
바람 불지 않아도 벚꽃잎들 분분한 섬진강길입니다. 날려 강물 위로 떨어진 꽃잎들은 강물을 따라 바다로 흐르고 강으로 가지 못한 길바닥꽃잎들은 자동차가 달릴 때마다 우르르 일어나 차를 따라 저만치 달려가곤 합니다.

주말 내내 북적거렸던 상춘객들은 꽃들에게서 위안을 얻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저마다의 일상 속으로 돌아갔겠지요. 매화 지고 산수유 지고 벚꽃 진 꽃자리마다 연초록 잎들이 돋아납니다. 이제 머지않아 연두빛 세상이 펼쳐지겠지요.

발전소 교대근무로 주어진 자기개발 휴가로 먼 나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동유럽을 주마간산식으로 둘러보는 여행길이어서 고된 일정이었습니다.

독일을 출발하여 알프스 산맥의 설경을 바라보며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를 거쳐 다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해서 돌아왔습니다. 많은 것들을 보고 들었지만 너무 장황하여 딱 두 가지 느낌을 전해드리고 싶군요.

꽃입니다. 동유럽도 우리나라의 때와 맞아 벚꽃과 개나리가 한창이었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든 반겨주는 것은 환한 꽃들인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면서도 섬진강 지리산 골짜기에 마악 피어나는 꽃들이 눈 앞에 어른 거렸는데 알프스 산자락에서 뜻밖에 만난 눈바람꽃과 청노루귀, 그리고 알프스앵초는 지친 마음을 환히 밝혀 주었습니다.

그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본 영화 ‘글루미선데이’는 진한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헝가리 작곡가인 레조 세레스의 이야기를 영화한 작품이었습니다.

한 여자와 그녀를 사랑한 세 남자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영화 <글루미 선데이>. 독일의 슈벨(Rolf Schubel) 감독이 1999년에 만든 영화로 '우울한 일요일'을 뜻하는 글루미 선데이는 1933년 헝가리에서 발표된 작곡가 레조 세레스의 곡 제목으로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을 자살하게 함으로써 '자살의 찬가', '자살의 송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레조 세레스는 그 곡을 작곡하기 전까지는 무명 작곡가로 헬렌이라는 여자를 사랑했으나 집착적인 그의 사랑에 여인은 그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실연의 슬픔에 젖어 완성한 곡이 바로 ‘글루미선데이’ 였습니다

이 곡이 첫 방송 되는 날 다섯 명의 청년이 자살한 것을 시작으로 8주 만에 헝가리에서만 187명의 자살자가 생겨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1936년 프랑스 파리 아이라 벤추라 오케스트라 콘써트 홀에서 이 곡을 연주하던 단원들이 모두 자살을 하게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게 됩니다. 결국 작곡가 자신도 1968년 이 곡을 들으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어쨌든 글루미 선데이는 노래와 영화로 헝가리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걸었던 부다페스트의 거리를 걸어보기를 꿈꾸며 헝가리를 찾는답니다.

7박 9일의 여행 내내 오스트리아 잘스부르크의 ‘사운드오브 뮤직’과 헝가리의 ‘글루미선데이’ 이 두 편의 영화가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예술의 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자산임을 새삼 일깨워준 여행길이었습니다

여러 날, 꽤 여러 날 섬진강을 비운 탓에 꽃은 다 져버렸겠지 했었는데 누군가 꼭 붙잡아 둔 것처럼 강가 꽃들이 아직 환합니다.
칠불사 빗점골 섬진강변 꽃들과 인사를 하고 나니 비로소 먼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몰려옵니다.
텃밭 풀들의 기세가 등등하군요. 내일은 풀을 메고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겠습니다.
작성 : 2017년 04월 25일(화) 09:22
게시 : 2017년 04월 26일(수) 10:36


글 + 사진 │ 김인호 시인

많이 본 뉴스
전기계 캘린더
2017년 10월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