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판매되지 않고 시판 전기차와 고객층 달라…시장영향 미미
실제 소비자 관심은 가격・주행거리 모두 갖춘 GM의‘볼트EV’

“스마트폰을 사용할때마다 전원을 켰다가 끄거나 하지 않잖아요? 테슬라 모델S도 마찬가집니다. 시동을 걸고, 끌 필요가 없어요. 타는 순간 알아서 켜집니다.”

지난 20일 스타필드 하남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에서 모델S의 시동버튼을 찾는 기자를 본 매장 직원의 말이다. 아무리 자동차 스마트키가 대세라지만 시동버튼조차 없는 건 나름 신선했다. 기존의 차량을 바라보던 시각으로 모델S를 바라보는 게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지난달 15일 국내 첫 테슬라 매장이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스타필드 하남에 문을 열었다. 이름만 무성하던 테슬라의 국내 입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 당장은 구매할 수도 없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뜨거웠고, 국내 완성차 업계도 짐짓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어느덧 테슬라가 국내에 진출한지도 한달여가 흘렀다. 한달 전의 뜨거운 분위기는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요즘도 주말엔 줄서야 매장 구경할 수 있어

20일 오후 1시께 방문한 하남 테슬라 매장은 평일이라서 그런지 한산한 편이었다. 고객 5명 정도가 모델S를 둘러보고 있었고, 매장에서 설명을 돕는 직원 4명 정도가 상주했다.

매장 직원 A씨는 “오픈 후 첫 주말에는 매장을 구경하려면 줄을 서서 30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파가 붐볐지만 평일에는 한산한 편”이라며 “다만 요즘에도 주말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매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매장을 찾는 만큼 구매 계약도 많은지 물었지는 A씨는 “판매량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대신 차량 시승이 가능하지만 워낙 많은 대기자가 밀려 있어 당장은 시승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자 역시 지난해 12월 시승을 신청했지만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 현재 시승차량은 청담동 매장에 4대, 하남 매장에 1대를 운영 중이고, 1대당 하루 8차례 시승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테슬라 모델S는 구매 계약은 할 수 있지만 차량은 6월부터 순차적으로 받을 수 있다. 차량을 구매하면 보통은 딜러가 고객에게 차를 운전해서 가져다 주지만 테슬라는 구매자가 직접 매장에 가서 차를 가져가야 한다. 정식 차량인도가 시작되는 6월부터는 서울 강서구에 차량을 수리할 수 있는 공식 서비스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테슬라 매장은 고객들이 전기차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동차 대리점과 차이가 있다. 차량 안에 있는 17인치 대형 모니터와 시동을 걸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엔진이나 소음이 사라진 전기차를 보는 게 고객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오는 것.

매장을 구경하고 나온 50대 남성은 “직접 볼 수가 없어 모델S가 가상의 차량처럼 느껴졌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니 신기하다”며 “기존의 자동차 대리점을 가면 직원이 명함부터 건네고 가격상담만 해줘서 부담스러운데 테슬라는 신경 안쓰고 구경만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40평 남짓한 매장에는 모델S 차량 2대와 차량 프레임 1개를 전시하고 있다. 오른쪽, 왼쪽 벽면에는 고객이 직접 차량 색상, 좌석 재질, 디자인 등을 고를 수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꾸며져 있고, 대형 스크린 3개를 설치해 고객들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대형 스크린을 손으로 터치하자 충전속도, 가격, 주행거리 등을 볼 수 있었다. 다만 단순한 수치만 보여주기보다는 하루 주행거리에 따른 충전량, 전기요금을 유형별로 입력해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도심 주행 비율을 설정하고, 평균 주행속도, 외부온도, 에어컨 작동여부를 각각 설정하면 그에 맞는 주행거리가 산출되는 방식이다. 충전시간 역시 하루 평균 주행거리를 100km로 설정했더니 완속 충전기로는 하루 1시간 14분, 급속 충전방식인 ‘테슬라 수퍼차저’로는 10분이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테슬라 진출로 인한 영향은 아직 “미미”

테슬라가 국내에 첫 매장을 열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은 기대감에 들썩였다. 지난해 국내에 보급한 전기차가 1만대를 넘어서면서 달궈진 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완성차 기업 A사 전기차 부문 관계자는 “테슬라 매장은 생겼지만 실제로 차를 판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며 “지금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와 테슬라의 모델S는 고객층이 달라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계약을 하고 있는 모델S는 최저가격이 1억원 수준인데다 정부 보조금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 전기차대비 5배 가량 가격이 비싸다. 특히 풀옵션으로 구매할 경우 1억5000만원대까지 가격이 치솟는다. 이 때문에 일반 고객보다는 고급 세단을 타는 고객이 테슬라의 주요 타깃이다.

B사 관계자는 “테슬라 차량이 소비자들 눈에 띄어야 관심도 많아질텐데, 지금은 하남, 청담 매장을 방문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테슬라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개선된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이 저조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C사 관계자도 “오히려 최근에는 테슬라보다는 GM의 볼트EV에 더 관심이 많이 간다”며 “실제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가격과 주행거리를 모두 갖춘 볼트EV”라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3만달러 수준으로 출시하기로 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내년은 돼야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SUV형 전기차 모델X도 내년 상반기에 국내 판매 예정이기 때문에 테슬라에 대한 관심도 당분간은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에 테슬라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존 맥닐 테슬라 글로벌 세일즈 회장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19일 SNS를 통해 공개했다.

지난해부터 제주도에 테슬라 매장 문을 연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실제로 논의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에 테슬라 매장이 들어서면 국내 3호 매장이다. 원 지사는 제주에 테슬라 매장을 열기 위해 5월부터 실무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News&Info)테슬라 가정용 ESS, 파워월2는 언제 판매될까

테슬라는 전기차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파워월’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테슬라는 자회사 솔라시티와 합병하고 전기차, 태양광 발전, ESS를 연계하나 통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테슬라가 발표한 가정용 ESS ‘파워월2’는 태양광과 연계해 사용하거나 피크 전력을 절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최대 10개까지 연결하면 135kWh 용량으로 확장할 수 있다. 파워월2는 13.5kWh 용량으로 태양광 발전과 함께 활용할 경우 독립형 발전도 가능해진다. 단독주택이 많은 미국의 특성에 부합하는 패키지 솔루션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선 판매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공개한 파워월1은 기대보다 판매량이 저조했고, 파워월2는 미국에서도 아직 출시 전이다.

스타필드 하남의 테슬라 매장 직원은 “파워월1은 미국에서 판매를 했지만 2는 아직 미국에서도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며 “우선 미국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해야 하고, 국내에선 가정용 ESS를 쓸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판매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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