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이기 때문에 구매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정말 기가 차더라고요. 그럼 도대체 NEP(신제품), NET(신기술), 조달우수제품 인증은 왜 만든 겁니까. 공무원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의 중소기업은 희망이 없습니다.”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자신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면서 기자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NEP인증을 보유한 이 사장은 최근 만난 수요기관 구매 담당자로부터 “기술은 너무 좋지만 다른 회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점품목이기 때문에 구매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NEP나 NET는 정부가 기업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인정해서 공공조달 시장에 우선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으로 나가라고 만든 인증이잖아요.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 기술인 게 당연하죠. 그런데 그런 제품을 독점품목이라고 규정하고, 구매할 수 없다고 말하는 구매담당자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사장의 일화는 어쩌면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에 선도적인 제품이나 기술을 선보인 경험이 있는 기업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사례다.

중소 제조업계를 출입하다보면 우수제품 개발을 유도하는 정책과 인증제품을 구매하는 수요기관 사이에 큰 괴리감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경우가 많다.

신제품·신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부서에서는 각종 자금과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의 R&D를 지원하지만, 정작 공공조달시장의 수요기관은 이렇게 만들어진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외면 내지 부담스러워하는 게 현실이다. 남들에게는 없는 특정 기술·제품을 구매할 경우 감사를 받고, ‘왜 이 제품을 구매했는지’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NEP인증을 받은 혁신적 제품을 적용했다고 여기저기 불려 다닐 바에야 차라리 평범한 제품, 보편적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게 대다수 구매 담당자들의 심리다.

혁신적인 중소기업 제품이 국내 공공조달 시장에서 실적을 쌓고,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일선 수요기관에선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워 하는 심리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기관의 이런 행태는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 의지를 완전히 꺾어 놓는 악습이다.

이제는 공무원의 인식 개선을 기대하기보다 근본적인 구매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선정된 NEP, NET, 우수조달제품을 담당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구매하고, 우수 중소기업이 이 실적을 토대로 해외무대로 나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 강소기업의 기(氣)를 살리는 최고의 정책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