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국가표준・관리방안 마련까지 시간 필요하다”
업체 난립, 시장 활성화 불씨 꺼질까 ‘우려’

연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추가 지정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ESS 시장이 틀을 갖춰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은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ESS 업계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은 ESS를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추가 지정하기 위해 산업부에 추천서를 요청했지만 산업부는 ESS 업계의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측은 ESS 시장은 다양한 업종이 융합돼 있는데, 중기간 경쟁제품 추가 지정에 대한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ESS 시장이 정부 지원제도를 발판으로 활황을 띄고 있지만 안정을 찾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고, 이에 대한 ESS 관련 업계의 입장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는 것.

산업부 관계자는 “조합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ESS 산업에는 다양한 업계가 참여하고 있는 만큼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경쟁제품 추가 지정을 서두르는 건 ESS 시장에도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산업부의 이런 분위기는 섣불리 대기업이나 특정 기업을 상대로 진입장벽을 만들 경우 자칫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ESS 시장은 새로운 먹거리로 부각되면서 자격요건을 갖추지 않은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간신히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한 ESS 시장이 신뢰를 잃을 경우 그동안 올린 성과도 무너질 수 있다고 관계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금 단계에서 중기간 경쟁제품을 지정할 게 아니라 ESS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 표준을 만들고, ESS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ESS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ESS를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기에는 아직 시장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대기업의 분석이다.

이들이 일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을 서둘러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때문에 ESS 연관 대기업 5개사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중소기업, 대기업 사업을 나누기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활용해 ESS 시장의 파이부터 키워야 한다”며 “시장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먹거리도 많아지고, 중소기업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참여해야 ESS 시장을 키울 수 있는데 그 전부터 미리 선을 긋는 건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대기업은 또 ESS에 대한 중기 간 경쟁제품 추가지정 논의과정에서 나온 기준 용량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할까봐 걱정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대기업이 소용량 사업까지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소용량은 중소기업, 대용량은 대기업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재 중소기업 측은 1MW 이하, 대기업 측은 500kW 이하 정도로 기준을 정하는 게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 ESS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있는데 섣불리 중기간 경쟁업종으로 지정했다가 저질제품이 난립하면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들어 ESS 산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 건 정부 지원제도 덕분에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기업 측은 최소 3~4년은 있어야 ESS 시장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전기조합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며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작업이 다시 시작되는 2018년 하반기를 목표로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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