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 시대정신, 기업 넘어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조달 통해 신뢰받을 터

“조달청은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품, 서비스, 공사 등을 기업에서 조달해 공급하는 일을 하는 기관입니다. 정부 각 기관으로부터 구매 협상권을 위임받은 심부름꾼이나 마찬가지죠. 이젠 공공조달도 서비스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미래 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매, 중소기업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구매도 챙겨야 합니다. 조달청의 시대정신은 조달기업을 넘어 일반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수퍼 을’이란 자세로 ‘기다리는’ 조달이 아니라 ‘찾아가는’ 조달을 통해 국민과 관련 부처에게 더욱 신뢰받는 조달청을 만들겠습니다.”

정양호 조달청장은 지난해 2월 제33대 조달청장으로 취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의 첫 조달청장으로서 그는 취임 직후부터 지방청과 관련 기관, 기업 현장을 두루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 행보’로 새로운 조달행정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벤처나라’를 활용해 벤처 및 창업기업이 조달시장에서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펴내 기업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2017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 개막을 앞둔 지난 13일, 서울지방조달청 집무실에서 정양호 조달청장과 만났다. 다음은 정 청장과의 일문 일답.

▶33대 조달청장으로 취임한지 어느새 1년이 넘었다. 소회를 밝혀달라.

“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등이 나와 조달청이 해결해야할 시대정신이자 과제라고 생각한다. 대규모 공공구매력을 활용해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산업 지원을 위한 ‘국정과제 지원계획’을 수립·발표해 차질없이 수행했다. 특히 新산업과 벤처산업의 신생기업이 손쉽게 조달시장에 진입하고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벤처나라’라는 전용 쇼핑몰을 구축했고, 드론·클라우드 같은 미래유망 제품이 공공분야를 디딤돌 삼아 그 저변이 확산되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종합심사낙찰제 도입 등 선진적 공사 발주제도 운영으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지난해말 저서 ‘때로는 길이 아닌 길을 가라’를 발간하며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되돌아봤다. 취임 이후 시작한 페이스북 친구가 5000명이 넘는다. 청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여러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많은 중소기업들의 생생한 의견들을 접한 것으로 안다. 올해 업무방향을 ‘기업 성장과 품질 우선 조달행정’으로 정했는데.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이제껏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조달청은 중소기업 계약비중이 80%에 육박할 만큼 중소기업 판로지원에 힘쓴 점은 긍정적이나, 조달시장에서 ‘신생기업 진입→중소기업 성장→글로벌 기업 도약’의 선순환적 접근은 다소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경미한 위반에 대해 합리적 범위에서 불이익을 최소화하거나, 사회적 약자기업 등의 신인도 가점에 대한 일몰제 검토 등 새로운 시도를 할 계획이다. 둘째는 이제까지 추진하던 일들의 내실을 다지자는 것이다. 고품질의 조달물자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은 조달업무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현장중심의 품질점검 강화, 리콜제 활성화 등으로 품질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불공정 조달행위에 대한 대응조직을 강화해 선진 조달문화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는 중소·벤처 기업의 기술우수제품을 한자리에 모아 판로를 지원해주는 공공조달 종합전시회다. 올해 나라장터 엑스포의 관람 포인트는 무엇인가.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는 나라장터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거래됐던 기술우수제품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는 오프라인 박람회로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신기술 제품을 개발하고도 잘 알려지지 않아 공공기관 납품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벤처기업의 판로를 지원하는 행사다. 올해 전시회는 참여업체가 지난해에 비해 14% 증가한 285개(737개 부스)에 달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또 새싹기업지원, 일반관람객 참여 유도, 전통주 및 식품 판매 등 특색을 지니고 있다. 25개국 114명의 해외바이어를 초청하는 등 대상 국가를 다양화해 수출상담기회를 확대하는 등 국제박람회의 성격도 강화됐다.”

▶조달우수제품제도는 조달시장의 품질 향상과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제도운영방향에 대해 밝혀 달라.

“우수제품지정제도는 1996년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지원을 위해 도입됐다. 첫해 약 60억원에 불과했던 공급실적은 지난해 약 2조3000억 원으로, 약 380배 이상 증가했다. 지정업체수도 도입 첫 해 9곳에서 올해 약 800곳으로 88배 늘어났다. 우수조달기업들은 고용이 최소 6.67%에서 최대 316%까지 늘어나는 등 매출 및 고용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조달청은 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의 경제 활력 및 일자리를 창출을 위해 드론, ESS 등 기술혁신형 제품이 우수조달 물품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 외산 대체 국산품 우대, 해외시장진출 우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을 더욱 강화해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을 지원하겠다.”

▶조달청은 중소기업의 해외 조달시장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국내 조달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경쟁이 치열한 반면, 해외시장은 FTA체결이 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해외조달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경쟁 가능한 해외조달시장은 약 6조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우리 기업에게는 기회의 시장이다. 조달청은 2013년부터 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망(G-PASS)기업을 중심으로 해외전시회 참가, 바이어 초청 상담회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4억 6000만 달러의 해외조달시장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2013년 대비 3.5배 증가한 것이다. 품목별 실적을 살펴보면, 전기전자분야가 약 1억 달러(약 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일본, 러시아, 이집트 등 수출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개최한 ‘글로벌 공공조달 바이어 초청 상담회’를 통해 전기분야에서 930만 달러 규모의 수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해외 조달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G-PASS기업으로 선정,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 대외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망기업(G-PASS기업) 제도는 기술력은 우수하나 정보·네트워크 부족으로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조달기업의 마케팅 활동과 수출역량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3년에 도입한 것이다. 조달청은 수출역량이 있는 우수 조달기업을 발굴, 2013년 95개에서 370개로 확대해 G-PASS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했다. G-PASS기업의 수출실적은 그 기간동안 3.5배나 증가했고 수출에 성공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조달시장 진출 사업의 효과성을 위해 (사)G-PASS기업 수출진흥협회 설립을 지원하고 ‘글로벌 공공조달 상담회’를 처음으로 열어 2100만불 계약, 5100만불 수출 MOU를 체결했다. 올해는 벤처·새싹기업 등을 대상으로 G-PASS기업을 500개사로 확대하고 중간점검 및 성과관리 등을 통해 대외적인 신뢰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 UN 조달시장 직접 진출도 지원하기 위해 ‘해외정부조달 입찰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해외바이어와 거래기회 확대, KOTRA·중기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 강화 등을 통해 더 많은 G-PASS기업에게 혜택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같은 지원사업으로 참여기업의 수출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제도가 정착되면 대외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본다.”

▶내수 침체 속에서 중소기업들은 관수시장 진입과 공공시장 판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조달시장 진입장벽 해소를 위한 대책이 궁금하다.

“올해에는 납품실적 요구 등 진입장벽을 더욱 낮추고, 적정 가격을 보장해 강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진입장벽 완화를 위해 3월부터, MAS계약에서 기존 계약 체결한 물품을 재계약하거나 계약기간 연장 시 요구하던 납품실적의 인정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다. 특히 창업·소상공인이 주로 참여하는 ‘2.1억원 미만 물품・용역 공공조달’ 시 실적 및 ‘최저가 입찰’ 폐지 등이 실현된다. 이에 따라 6월부터 낙찰하한율도 기존 80.5%에서 84.3%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MAS 계약 물품의 지속적인 발굴, MAS 진입 요건 완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공공시장 진입을 더욱 활성화시키겠다.”

▶끝으로 중소 기업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조달의 글로벌 패러다임이 큰 틀에서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절차에 주로 집착하는 소극적, 보수적 구매가 주류였다면, 이제는 구매 기관에 다소 부담이 있더라도,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 상품의 경우에는 공공부문이 먼저 구매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 주는 노력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조달청도 지금까지의 전통적 입찰 중심의 구매 일변도에서 탈피, ‘벤처나라’ 및 ‘혁신조달제도’ 추진 등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노력해야 한다. 조달청은 앞으로도 최대한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고자 적극 노력하겠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선도적인 제품을 만들어 공공 조달시장의 문을 적극 두드렸으면 한다.”

(정양호 조달청장 프로필)

▲1961년 출생 ▲안동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남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8회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 기후변화에너지자원개발정책관 ▲새누리당 산업통상자원위 수석전문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홍조근정 훈장(2015년) ▲저서 '때로는 길이 아닌 길을 가라(2016년) ▲조달청장(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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