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화합의 현장리더십으로 조직 이끌어
다음 목표는 발전・신재생・토목엔지니어링 진출”

기유경 진전기엔지니어링 부사장에겐 ‘대한민국 최초’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건축전기설비기술사이자 전기계에선 최초의 여성 CM본부장이다. 여성 전기인으로서 설계·감리 분야에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기 부사장을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원래 꿈은 음악가였어요. 음대에 진학해 작곡을 하고 싶었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전기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지금도 미련이 남아서인지 교회에서 성가대와 합창단을 지휘하며 음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기와 음악은 다른듯하면서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전기와 음악은 빠질 수 없다. 작곡이 오선지에 화음을 그려 넣는 것이라면 전기설계는 도면에 생명(전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성가대 지휘를 할 때 가장 신난다는 기 부사장은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을 안고 살고 있다”며 “현재 여성건축가들로 구성된 ‘아뮤즈’ 합창단과 1985년 이화여고 졸업생으로 이뤄진 ‘배꽃하모니’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가대와 합창단 지휘 때문인지 그는 ‘기칼린’이란 별명을 얻었다. 몇 해 전 TV 공중파의 한 프로그램에서 합창단을 지휘한 덕에 유명세를 탄 박칼린 음악감독에서 따온 것이다.

하모니를 강조하는 지휘자로서의 카리스마는 기 부사장이 건설현장에서 CM업무를 할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건설현장에서 감리원으로 활동하려면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필요합니다. 한 프로젝트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토목, 건축, 전기, 소방, 통신 등 다양한 공종이 모인 감리단의 화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죠.”

기 부사장의 현장리더십은 소통과 화합의 정치로 불리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무티(엄마) 리더십’을 연상시킨다. 똑 부러지는 성격과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함, ‘내 사람’은 끝까지 챙기는 리더십은 기 부사장을 전기계 최초의 여성 CM본부장으로 이끌게 했다.

그는 “건설현장에선 감리단이 품질에 대한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감리원은 책임감, 순발력, 문제해결 능력 등이 요구된다”며 “자부심을 갖고 발주처의 목적을 명확히 파악해 시공사와의 수평적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 부사장은 독특하게도 대학에서 건축과를 졸업해 전기설계사무소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건축설계에 자신이 없었다는 기 부사장은 “건축보단 전기설계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며 “배움에 대한 열정이 컸기에 하루에 주택전기설계를 6~7건이나 할 정도로 밤샘작업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스펀지 같은 학습력과 스스로 찾아 일하는 근성으로 기 부사장은 금세 직장 내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큰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기술자격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기술사에 도전했고, 2002년 국내 1호 여성 건축전기설비기술사 타이틀을 얻었다.

4년 전부터는 진전기엔지니어링에서 CM본부장을 맡으며 감리 분야에도 도전했다.

“감리 업무를 하면서 설계에서 경험하지 못한 성취감과 보람, 재미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거죠. 건물이 세워지는 것을 보면 행복감이 밀려 와요.”

현재 그가 감리를 맡고 있는 현장만해도 전국에 40개가 넘는다. 최근 진전기엔니지어링이 CM본부를 키우기 위해 투자와 인력충원에 나서면서 기 부사장의 역할과 책임도 막중해졌다.

“진전기엔지니어링의 강점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풀을 가동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감리 전문가들을 80명 보유, 업계에서 가장 많죠. 감리원의 처우와 대우 면에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각자 맡은 현장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진전기엔지니어링은 향후 발전과 신재생, 토목엔지니어링 부문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기 부사장의 목표도 그에 맞춰졌다.

기 부사장은 “최근 3D 설계 기법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전기 분야에서도 시공BIM을 활용해볼 계획”이라며 “올해는 BIM 분야 박사논문을 준비, 이 분야 전문가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