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큰 변수 부각…노후 경유차・석탄화력 폐지론 부족
공공부문부터 차량 2부제・봄철 석탄발전량 제한 등 조치 필요

“봄철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에너지정책에 있어서도 미세먼지 이슈가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대책을 보면 노후한 경유차와 석탄화력을 폐지하는 데만 집중돼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미세먼지는 굴뚝 등 발생원에서부터 고체 상태로 나오는 경우(1차적 발생)와 가스 상태로 나온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이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되는 경우(2차적 발생)로 분류되는데, 2차적 발생이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생성 비중이 높아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죠.”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유차 대신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데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저탄소 전원을 사용한다면 상관없지만, 원전과 석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나라에서 난방에 이어 수송 부문에서도 전기가 석유를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 또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경우 서울 공기는 깨끗해지겠지만, 석탄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의 공기는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원인 파악부터 제대로 한 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당장엔 공공부문부터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봄철에 한시적으로 석탄발전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근 국회에서 환경을 고려한 경제급전 관련 법안이 통과된 만큼 전력시장 제도를 개선해 미세먼지가 특히 많은 봄가을만이라도 발전제약을 하거나 예방정비기간을 늘려 석탄발전량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원전의 경우도 미세먼지 배출은 적지만 국민들의 불안이 큰 만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죠.”

조 교수는 최근 대선주자들이 탈 원전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 “원전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탈 원전 이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당분간은 원전과 석탄의 발전비중을 각각 25%, 30% 정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원전과 석탄, 가스, 신재생에너지 간의 적정 전원믹스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에너지원간 상대가격의 왜곡과 잘못된 전력시장제도 탓에 원전과 석탄의 비중이 너무 높고, 가스발전은 퇴출될 위기에 놓여 있죠.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는 가스에 면세하고, 원전과 석탄에 과세를 늘림으로써 세수도 확보하면서 에너지원간 상대가격 왜곡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조 교수는 전력·가스 시장 개편과 관련해 “극단적인 시장개방이나 지금처럼 독점구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력시장의 경우 판매개방이 어려우면 송전망이라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전도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데, 계통을 보유한 회사가 신재생사업을 하는 것은 불공정합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더 이상 국내시장에 안주하며 어떻게 시장을 규제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더 큰 시각에서 국내 시장의 일부를 민간에 넘기고, 이제는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조 교수는 원전을 둘러싸고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진영이 모순된 주장을 펴고 있다는 재미 있는 주장도 내놨다.

“진보진영에서는 탈 원전을 주장하면서 시장개방에 반대하고, 보수는 시장개방을 주장하면서 원전 고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은 그 특성상 시장이 개방되면 자연스레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위험이 커서 시장이 활성화된 국가들 대부분에서는 원전보다는 발전소 건설이 쉬운 가스발전 비중이 높죠. 반대로 독점체제인 국가에서는 원전 비중이 높습니다.”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에너지 문제를 전담할 새로운 정부 부처 신설과 관련해 “정부부처를 신설하는 것보다는 독립된 규제기구를 신설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정부부처로부터 독립된 규제기구에서 에너지가격도 결정하고, 각종 갈등문제도 좀 더 자유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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