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정보본부장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정보본부장

최근 몇 년 동안 정부는 기준금리를 낮추어 부진한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 해왔다. 2014년 8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낮추기 시작하여 작년 6월까지 5회에 걸쳐 0.25%씩 인하하여 현재 기준금리는 1.25%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역 및 금융업별로 차등 적용하여 오던 부동산 대출규제를 2014년에 주택담보인증비율(LTV, loan to value)을 70%로,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을 60%로 일원화하여 부동산담보 대출을 완화하였다. 경기 활성화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1년 단위의 한시적 완화조치로 발효되었지만, 이 조치는 매년 연장되어 왔으며 오는 7월에 시한을 앞두고 있다. 금리인하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의 결과의 하나로 한국의 가계부채는 작년말 1,300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볼 때 경제규모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크고, 증가 속도 또한 빠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통화승수 및 통화유통속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승수는 2005년 20% 중반에서 2008년 반짝 상승하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7%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본원통화가 신용창조 과정을 통하여 증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통화승수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은행이 시중에 유통시키는 본원통화의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2005년 0.93 수준이었던 통화유통속도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나타내 지난해 0.7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통화(M2)로 나눈 값이다. 통화유통속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국가의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는 의미이며, 풀린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이어지는 고리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결국 실물경제에 대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음의 의미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1.25%까지 떨어져 있지만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기보다는 금융기관에 돈이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금리는 더 이상 내려가기는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져 있지만, 실물경제에서는 그 반응이 신통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의 기업과 가계의 대출금 비중을 보면 2014년 이후 기업자금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으나, 가계자금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4년 이후 가계자금의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풀린 유동성이 실물경제 부분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하여 풀린 돈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하고 벤처기업, 중소기업 등 실물경기를 이끌 수 있는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부분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너무 높아 소비할 여력을 떨어뜨리는 현실에 대한 대응책도 시급하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대출 과열을 제한하기 위하여 예전 DTI를 강화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DSR, debt service ratio) 제도를 도입하였다. DSR은 ‘연간 소득 대비 대출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표현된다. 앞으로는 부동산 대출을 받을 시, 채무자의 모든 금융권의 대출을 고려하여 대출심사를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금리를 이미 인상한 바 있고, 올해에도 금리인상이 추가적으로 더 있을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한국도 이에 대응하여 어느 시점에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대출이 과다하거나 다중채무자들을 인상 여파를 감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또는 자영업자들도 금리인상에 대한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그 영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자금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구조조정 시기와 금리인상이 맞물릴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구조조정과 금리인상으로 인한 일시적 재무 악화로 퇴출되는 중소기업이 없도록 실행 측면에서 면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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