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기분야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지난해 경기 침체가 가져온 산업 전반의 실적 마이너스 추세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전력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인지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는 항상 불황이란 꼬리표를 달고 달려온 만큼, 불황의 연속에서 받아든 결과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력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며 향후에도 희망을 찾을 수 없어 산업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 하다.

전기계 기업의 성장버팀목이 된 전력산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고, 예전처럼 급격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일반론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설비는 말 그대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발전설비 용량은 이미 1억 kW를 훌쩍넘어 피크수요 8500만kW를 감당하고 남아돌고 있으며, 남아도는 전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기가 됐다. 또 기저부하 역할을 하며 전력산업을 이끌었던 원자력, 화력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장치산업’은 이제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송변배전 계통 사업도 대규모 사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울진원전에서 수도권을 잇는 사업외에 앞으로 대규모 사업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대규모 신도시, 택지개발이 끝나면서 새롭게 배전선로를 건설하는 일도 멈춰섰다. 전력 SOC사업이 줄어들면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에너지신산업이다. ESS, IoT, 빅데이터 등 기존 전력산업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업들이 주류로 진입하기 위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전기계 기업들의 준비는 제대로 됐을까.

전력기기 업체들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계 원로 학자인 모 교수는 “한정된 시장에서 기술 역량은 부족하지만 단순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공기업 등 수요처에 납품을 할 수가 있다. 그렇다 보니 기업의 규모는 영세해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전기계 기업은 전체 제조업체의 4.1%인 2798개에 달하지만, 전체 매출은 40조원(2.8%) 수준이다. 종업원수는 11만명으로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국내 중전 중소기업이 제조업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고용인력은 제조업 평균보다 많은 비효율 영세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또 전체 2700여 중소기업 중 수출기업은 100여개 기업 남짓해 3% 수준에 불과하며 이중에서 중전대기업 5~6개사가 전체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시장 위주의 산업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기술 트렌드를 쫓지 못하면 전기계 기업의 성적표는 더 곤두박질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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