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치솟고, 감정골 깊어지고'
기업들, 발주처 패널티 우려 노조측 요구에 사실상 백기
신규・대체인력 양성제도 마련, 한전 규정 현실화 목소리

전기공사업계 기능인력 품귀현상이 임계점에 달해 폭발 직전의 한계상황에 돌입한 것으로 우려된다.

활선전공을 비롯한 시공현장의 기능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이들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 반대로 민주노총에 가입된 이들 기능인력에 대한 관리 자체가 어려워진 전기공사 기업주들의 한숨은 땅이 꺼질듯 깊어지고 있다.

◆활선전공 연봉 대부분 1억 넘어

해마다 이맘때면 전기공사 기능인력 임금협상을 놓고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지만 ‘벚꽃 전쟁’에서 승리하는 쪽은 어김없이 노측이다. 지역 기능인력 풀(Pool)에 한계가 있는데다 임·단협이 늦어져 시공이 지연될 경우 한전 등 발주처로부터 패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사실상 ‘칼자루’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올해 활선전공의 연봉은 1억원을 넘어선 곳이 대부분이다.

한전배전협력기업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활선전공 연봉은 서울지역의 경우 1억2500만원~1억3000만원선, 경기·충남 1억1500만원선, 인천·강원 1억1000만원선에서 합의됐다.

특히 활선전공, 사선전공, 배전조공뿐 아니라 오가크레인, 일반크레인, 포크레인 기사와 일용직까지 민주노총에 합류하면서 기업주의 협상력은 해마다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과 지역별로 개별협상을 해왔던 경기지역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중앙교섭에 의해 임·단협을 실시한 결과 활선전공 연봉이 지난해 8200만원에서 1억1500만원으로 약 40% 인상됐다.

인천지역도 활선전공 월급이 실제 수령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480만원에서 올해 620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활선전공에 대한 일일 임금도 세금공제 후 5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0만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도 올해 처음으로 근로조건과 임금 평준화를 위해 중앙교섭을 실시했는데 활선전공 월 실수령액이 550만원으로 지난해 430만원보다 120만원 상승했다.

◆강원도배전협의회, 강경대응키로

5일 강원도배전협의회와 민주노총 산하 강원전기원지부에 따르면 양측은 이 같은 내용의 임·단협에 잠정 합의한 후 출·퇴근 시간에 대한 탄력적 운영, 연·월차 부문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3월 20일부터 노측이 준법투쟁에 들어간 상태다.

준법투쟁에 돌입한 기간이 길지 않아 아직까지 시공 지연 등으로 인한 민원이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갈등의 불씨가 어디까지 번질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경기도도 노사 간 극한 대립으로 활선전공들이 약 20일간 파업투쟁을 벌인 바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한전 측의 계약 해지를 우려한 한전배전협력기업들은 노측이 제시한 임·단협 조합에 합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전기공사기업들이 ‘백기 투항’한 셈이다. 다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돼 파업기간 동안의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경기도 사례를 감안해 강원전기원지부 소속 기능인력들은 준법투쟁을 실시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작업이 지연되고 있으며 시공이 중지된 사업장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배전협의회는 변호사와 노무사를 선임한 상태며 노측의 행위를 태업으로 간주하고 손해배상청구 등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경기도에 이어 올해 강원도에서도 갈등상황이 심화되자 신규 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진입 허용 등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활선편조 인력을 축소하는 등 한전배전협력기업 운영규정이 시대적 흐름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기능인력이 너무나 부족한 게 현실이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노조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안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몇 년 후에는 기능인력 품귀대란으로 걷잡을 수없는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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