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신혼일기’에서 신혼부부 안재현과 구혜선은 강원도 인제에 신혼집을 차렸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보낸 신혼생활을 담은 이 TV프로그램은 독특한 포맷 덕분에 제법 인기를 끌었다.

프로그램에서 이 부부가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던 순간이 있다. 은행을 방문하기 위해선 무려 차로 1시간이나 가야했던 것이다. 신혼집이 외진 곳에 있다보니 인근에 은행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살며 걸어서 은행을 다녔던 두 사람과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할말을 잃게 만들었던 장면이다.

하지만 지난 3일 국내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K뱅크)’가 출범하면서 이런 걱정은 사라졌다. 은행을 직접 가지 않아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이런저런 은행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은행에 비해 높은 금리 혜택도 장점이다.

이런 편리함 덕분일까. 케이뱅크에 따르면 3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4일 오전까지 고객 4만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신규 서비스라는 이점을 감안해도 굉장한 고객 증가 속도다.

그러나 인터넷 은행이 장밋빛 미래만 가져다 줄 것인지는 두고봐야할 것 같다. 케이뱅크의 성공이 가져다 줄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기존 은행에 비해 낮은 금리 혜택을 주고 있는 건 오프라인 지점 개설로 인한 지출이 없어서다. 기존의 오프라인 은행들은 케이뱅크의 성공에 힘입어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고, 자연히 오프라인 은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창구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일자리도 사라진다.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감소하는 일자리를 생각하면 케이뱅크의 성공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사라지는 일자리 만큼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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