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에너지세제 개편 1순위...불합리한 에너지산업 규제 풀어야’

“차기 정부는 에너지 상대가격의 왜곡을 정상화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둬야 합니다. 가격만 정상화되면 다른 정책을 펴기도 쉽고, 효과도 크거든요. 필요하다면 요금을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올려야 합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차기 정부의 에너지정책 과제 1순위로 에너지 가격 시스템의 개편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2차 에너지인 전기 가격이 1차 에너지인 유류 가격보다 낮을 정도로 에너지 상대가격의 왜곡이 심각합니다. 전력 대비 수송용 연료에 과도한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이죠. 또 수송용 연료 간에도 과세가 불균형적이고, 발전용 연료도 원전과 석탄 대비 가스에 많은 세금이 매겨져 에너지믹스에도 왜곡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가스에 대한 과세를 낮추고, 반대로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원전과 석탄에 과세를 한다면 정부의 세수 감소 우려도 없애고, 에너지믹스 왜곡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력수급이 안정적이고, 한전의 경영상황도 좋은 지금이 에너지 세제 개편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또 차기 정부의 에너지정책 두 번째 과제로 에너지신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에너지산업의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이나 도시가스사업법 등을 보면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에너지신산업을 활성화하려면 민간 기업들의 진출을 터주고, 반대로 공기업들도 다른 사업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전도 전기만 팔아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거든요. 당장은 어렵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일본처럼 전기와 가스회사 간 상호 진출을 허용하고, 통신과 IT 등 비에너지기업들이 에너지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개방해야 합니다.”

그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탈원전 공약과 관련해서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무책임한 공약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솔직히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노후 원전을 폐지해도 2025년까지는 전력수급에 큰 지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죠. 과거에도 원전 건설에 소극적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 다음 정부 때 전력부족을 겪었던 사례가 있거든요. 더 이상 신규 석탄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까지 포기할 경우 2030년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도 원전 비중을 당분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원전을 가스로 대체하려면 비용 증가가 너무 크고, 석탄으로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의 2배가량 증가한다”고 밝혔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계획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전력수요와 관련해 “과거에는 피크수요가 중요했지만, 온실가스 감축 문제로 전력소비량 자체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정확한 예측을 위해 수요예측모델을 다양화하고, GDP, 요금, 기온 등 입력전제의 객관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환경급전 관련 법안과 관련해선 “엄밀히 말해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경제급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며 “석탄화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돈을 들여 설비를 보강하면 해결이 가능한 반면, 온실가스는 발전량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어 배출총량을 설정해 시장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원전과 석탄의 발전량을 줄이고, 가스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에너지세제 개편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급전순위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회사별로 쿼터를 둬서 배출량을 제한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시장에서 해결하도록 해야 하죠.”

강 교수는 마지막으로 최근 에너지독립부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관련해 “기후변화에너지부가 신설될 필요가 있다”며 “이제 에너지 정책은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넘어 환경문제까지 연계해 설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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