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기공사 총 실적액은 24조 5000만원 가량 된다. 2015년도 전기공사업 23조6700억원에 비해 약 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저 성장 기조의 현 경제상황에서 놀라운 실적증가다. 실적이 1조원 가까이 늘어난 만큼 1만 5000개 회원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야 하지만 시름은 점점 깊어가는 것 같다. 1조원이라는 달콤한 과실이 일부 대형기업에 몰리면서 대부분이 영세 소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전기공사업계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출범한지 한달 보름된 전기공사협회 신임 집행부는 ‘점점 깊어지는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류재선 전기공사협회 회장은 모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전국 1만 5000개 회원중 연 매출이 10억원이 안 되는 곳이 60~70%인데 반해 일부 회원사는 공사 1건으로 수 십억을 가져간다”며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 협회의 새로운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본지에서 전국 시도회를 이끌 신임 회장을 대상으로 전기공사업계 최대 현안을 묻는 설문을 한 결과도 33%가 양극화의 원인되는 수주 불균형 제도를 꼽았다. 입찰제도를 개선해 영세 소규모 업체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경우 기회가 많아져 소득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2015년도 23조6700억원의 실적중에 상위 10% 기업이 약66%인 15조6890억원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도 실적접수를 끝낸 한 시회의 경우 상위 7개 업체가 전체의 67%를, 13개 업체가 82%를 차지할 정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한 상황이다.

전기공사업계의 양극화는 비단 전기공사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외형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이 가져온 또 다른 피해란 지적도 있다. 물이 넘치면 골고루 혜택을 입을 수 있다는 낙수효과를 기반으로 대기업, 부유층에 대해 각종 혜택을 부여했지만 ‘부의 이동이 아닌 집중’만 가져왔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낙수효과는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철학을 기반으로 시행됐는데, 성장을 통해 부의 절대적인 크기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누구나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는 완전히 허물어 졌다. 한해 전기공사업계의 실적이 25조 가까이 될 정도로 외형은 거대해 졌는데, 1만 5000여 회원들 중 얼마나 많은 회원들이 행복할까는 모두의 고민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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