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으로 왜곡된 국내 승강기 시장,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나라 승강기시장은 심각하게 왜곡돼 있습니다. 대기업과 외국계기업 3사가 85%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는 구조에요. 나머지 15% 시장을 놓고 중소기업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독과점 시장구조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제10대에 이어 연임에 성공한 김기영 엘리베이터협회장(임기 3년)은 “올해 협회의 최대 현안은 승강기를 중소기업적합 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라며 “국내 중소기업이 이끌어가는 승강기산업을 위해 대기업과 외국계의 시장 진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승강기는 중소기업자간 경쟁품목(분속 105m 이하)으로 지정돼 공공조달 시장에서 대기업과 외국계기업의 참여가 제한돼 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협회는 더 나아가 승강기를 적합업종으로 지정, 민수시장에까지 대기업과 외국계기업의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외국계 기업들이 대부분의 승강기 부품을 수입해오는 상황에서 국내 부품산업은 외국자본에 종속될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뿌리산업이 외면당하는 시장구조가 고착화되면 승강기 수출경쟁력을 잃게 되고, 결국 국내 승강기산업 자체가 고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김 회장은 무조건적으로 중소기업을 키워줘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과거에는 중소기업 기술수준으로 중속 이상의 엘리베이터 제작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가 많았지만 현재는 고속기종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분속 105m 이하의 중저속 엘리베이터 시장은 중소기업에게 맡겨,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대기업과 외국계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수준을 요구하는 고속 및 초고속시장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외국계)이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규제 일변도로 추진되고 있는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개정안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안전처가 ‘안전’만을 강조하는 규정으로 국내 승강기산업을 옥죄는 내용의 법안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더구나 법안개정의 배경으로 작용한 승강기사고와 고장률이 실제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진흥과 안전규제가 서로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승강기 안전에 대한 규제강도가 해외에 비해 높다”며 “우리나라 승강기 사고율은 전세계적으로도 낮은 편에 속하고, 이 중 제조결함에 따른 사고율은 전체사고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국민안전처가 실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해 이를 법안 개정에 반영, 더 많은 규제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승객이 엘리베이터 갇히게 되는 상황도 원칙적으로는 사고가 아니라 고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만 생각하는 대표적인 폐해사례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승강기 자동구출운전수단(ARD)이라고 지적했다. ARD는 정전 등으로 인해 승강기가 갑자기 정지되었을 때 이를 가장 가까운 층으로 운행 후 문을 개방해주는 장치다.

김 회장은 “ARD는 우리나라처럼 정전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대응체제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크게 필요가 없는 장치”라며 “이 때문에 국내 60만대 엘리베이터에 수십 내지 수백만원에 이르는 ARD를 강제로 설치하게 하는 것은 승강기 관리주체에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김 회장은 엘리베이터협회가 객관적인 승강기 사고정보를 제공해 시민들이 엘리베이터를 올바르게 이용하도록 돕고 싶다고 피력했다.

또한 이용자의 안전한 엘리베이터 사용을 위해 60여개 협회 회원사가 참여, 24시간 운영하는 ‘SOS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SOS 시스템은 협회 회원사가 설치한 엘리베이터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회원사가 출동하는 서비스다.

“119구조대보다 더 빨리 현장에 도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1월 시스템 구축에 나섰고, 앞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협회는 항상 시민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하게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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