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정보본부장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정보본부장

글로벌소싱의 확대에 따라 종래의 대기업 하청구조가 약화되고 있다. 제조업의 해외현지생산 비율이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모기업과의 납품거래 관계에서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2차 수급기업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초반에는 2차 수급기업의 비중이 50% 수준을 나타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2014년에는 33%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현지생산의 증가와 함께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발전에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예전의 하청구조에서 벗어나서 독립기업으로 생존·성장하는 독자적 생존 역량 제고가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 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 관점에서도 환경의 변화가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폭과 속도가 넓고 빠르다. 기술 발전 속도는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제품의 수명주기(PLC)는 더욱 짧아지고 있어, 개별 기업의 신제품 개발 압박과 개발 실패에 대한 위험도 동반해서 커지고 있다.

또한 고객 수요의 다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특정 기능에서의 부가가치창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여러 기능의 조합 또는 융합을 통한 가치 창출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업 활동이 영위되는 기업 생태계의 경쟁력과 기업 간 협업 역량이 기업의 경쟁력에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주요국의 GDP 대비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성장을 주도하던 제조업의 위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조업 강국이었던 독일과 미국의 제조업 생산(부가가치 기준)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뿐만 아니라 심지어 중국, 인도도 GDP 대비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동 기간 동안 한국만이 유일하게 제조업의 비중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의 제조업이 한국경제에서 여전히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한국의 제조업 생산지수는 독일 다음으로 제조업 생산에서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를 통해 한국이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완전히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제조업은 한국 경제에서 여전히 주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제조업을 산업의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중소기업의 협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 강화를 제안한다. 협업은 종래에도 수행돼 왔으나, 최근 기업의 협업 활동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협력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간 협업 활성화를 통해 경쟁우위를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이 최우선돼 실천돼야 한다는 점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먼저 국내 기업인들의 협업에 대한 인식과 협력을 통한 경영 의지가 부족한 점이 극복돼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 간 수평적 협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인프라를 강화하고, 기업 간 협력 분위기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협업 중심의 정책 리더십 확보가 시급하고 절실하다. 또한 중소기업 협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협업의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수립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협업을 촉진하는 시장환경 조성을 위한 기존 법‧제도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기존의 법률을 통합‧재정비해 ‘신사업활동촉진법’을 제정했고, 이를 통해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단일 기업이 독자적으로는 창출하기 어려운 부가가치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경영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기업 간 협력을 유도하는 ‘네트워크계약법’을 도입해 네트워크 기업의 증가와 기업의 혁신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들의 입법 사례를 참고해 협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논의가 뜨거운 시점에서 전통 제조업 성장을 위한 협력 방안 논의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얘기라는 지적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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