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기공급 분야에 ICT 기술이 접목되면서 기존 시장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새로운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기분야에 ICT기술이 접목된 것은 전력산업계 뿐 아니라 순수 전기공사 시장에도 부는 변화의 바람이다.

산업이 융복합화 되다보니 사업 영역이 모호해 지고, 이는 사업자간 다툼의 소지로 발전하고 있다.

전력산업에 ICT기술이 접목되면서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실시간 전기사용량’ 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이를 바탕으로 부하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에너지사용을 줄이는 스마트 에너지 소비 패턴이 만들어졌다. 기술의 진보는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한전이 수십년간 독점했던 전기 판매시장 개방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순수 전기시공 분야도 그동안 전기공사업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영역이 파괴되면서 치열할 기술․ 논리 싸움의 현장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는 소위 업역 다툼으로 확대됐다.

최근들어 LH, SH 등 건설공기업들이 ICT 기술 발달과 함께 스마트홈․스마트시티 사업모델 개발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전기시공업계, 나아가 전기산업계 전체에 ‘위기 이면서 기회’ 가 될 것이다.

스마트홈․스마트시티를 선도하는 LH는 세종시 등 국내 주요 신도시를 스마트시티로 구축했으며, 쿠웨이트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 신도시에 스마트시티 모델을 수출하는 등 해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앞으로 건설될 신도시에 스마트시티 개념을 지속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국내 스마트시티 건설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건설 공기업 뿐 아니라 민간 건설회사의 요즘 화두도 스마트 주택이다.

또 조직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ICT와 건설사업을 융합한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이 활발해 지면서 기존에는 전기공사 설계·감리 등 전통적인 업무를 수행했던 전기조직이 에너지 관리와 ESS, LED 조명 등 ICT와 연계한 새로운 사업모델의 중심 업무를 담당하며, 전기 관련 부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역할이 바뀌는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로 읽으면 된다.

그렇다면 전기시공, 제조업계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까. 진지하게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전에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완벽한 이해, 꾸준한 전문 인력 양성이 첫 단추 일 것이다.

예전에 교통신호등 공사발주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통신 공사인가 전기 공사인지 업역 다툼 논란이 있을때 전원을 공급해 설비를 운영하는 시설인 만큼 전기공사 영역이란 논리로 간신히 전기공사 영역으로 정리해 발주를 했지만, 기술이 더 융·복합화 된 상황에서 당시의 논리가 다양한 상황에 적용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최근 국회에서 전기 설계·감리업자가 건축물 내 통신이 포함된 모든 전기설비의 설계·감리를 할 수 없게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체 내용을 차치하고 개정안대로라면 앞으로 통신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전기설비는 건축전기설비업자가 설계 및 감리를 할 수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건물 내 전기·통신 융합설비가 늘어나면서 전기 분야 기술자가 담당할 업역이 더욱 좁아진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이번 논란은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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