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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편지(53)봄의 전령 ‘청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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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하지만 이내 꽃들은 피어난다. 봄이다. 꽃들은 봄의 전령사이다.
봄소식을 전하기 위해 꽃들은 언 땅을 뚫고 나와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로 피어납니다.
산골짜기 노란 복수초가 잎을 틔울 쯤이면 바람꽃과 노루귀가 꽃을 피웁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에 무심한 이들도 있지만 철철이 피어나는 꽃을 만나는 것은 삶을 일깨우는 죽비입니다.
지리산행복학교 풍경사진반 학우들과 들꽃을 만나러 나섭니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울산에서 새벽같이 달려온 친구들입니다.
막 피어난 청노루귀 빛과 자태 앞에 다들 숨을 죽입니다. 이 친구들에게 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저는 행복합니다.
아, 대저 꽃은 무엇인가!
식물들의 번식의 기본 목적은 씨앗을 만들어 널리 퍼트리는 것이므로 꽃이 피는 것은 번식의 일부 과정입니다.
번식을 위해서 꽃의 빛깔과 향기와 꽃이 피는 시기에 다 까닭이 있지요. 키가 작은 풀꽃들은 대개 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이동하기 때문에 풀들이 자리기 전, 나뭇잎에 가리기 전의 이른 봄에 꽃을 피운답니다.
신생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꽃에서 먹이를 찾는 벌, 나비 등이 찾아오면서 꽃의 크기, 색 형태가 바뀌게 되었답니다. 바람에 의한 꽃가루받이보다 곤충에 의한 꽃가루받이가 훨씬 효과적이어서 식물들은 서로 더 많이 곤충을 불러들이기 위해 꽃은 진화하게 됩니다. 생존 전략이지요!
또 한해살이식물은 일생에 한번 꽃을 피우기 때문에 거의 모든 힘을 번식에 투자하여 씨앗을 생산합니다.
꽃의 빛은 매개동물에 따라 다릅니다. 벌은 노랗거나 파란꽃을 좋아하고 나방과 박쥐는 흰꽃을, 새는 빨간꽃을 좋아한답니다.
꽃의 향기는 꽃가루받이에 적당한 조건이 되었을 때 향기를 내어 매개곤충을 부릅니다.
모든 꽃이 향기로운 것만 아닙니다. 어성초 같이 악취가 나는 꽃들도 있지요. 이것도 꽃의 전략입니다. 악취를 풍기는 꽃을 동물의 배설물이나 시체가 썩는 것으로 착각한 곤충들이 찾아와 산란을 하거나 꽃가루를 먹는 되면 꽃가루받이 작용을 해주는 것이지요.
가짜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꽃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아 곤충들을 불러 모으기 어려운 작은꽃들은 커다란 헛꽃, 가짜꽃을 피워 놓고 벌나비를 유인하기도 하지요 절절한 전략입니다.
그리고 꽃잎이나 꽃대에 나있는 작은 솜털들은 비가 오면 수분을 오래 머금기 위해 필요한 장치이지요. 이렇듯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경이로운 꽃들 앞에서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꽃 이야기가 길어졌군요. 오늘의 주인공인 노루귀를 소개 해드립니다.
노루귀는 노루귀를 닮은 꽃이지만 정작 꽃에서는 노루귀 모습을 찾을 수가 없고 꽃이 지고 나오는 잎, 그 잎 모양이 노루귀를 닮아서 노루귀로 불립니다.
꽃빛은 분홍, 청색, 흰색이 있고 역광에 작은 솜털을 담아내는 묘미를 줍니다.
참, 응달진 시린 골짜기에서 피어난 꽃일수록 꽃빛이 선연하더군요. 그 까닭을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청노루귀

솜털로 햇빛을 묻혀 들여
제 안의 푸른 꿈을 키우는 노루귀들

저, 가녀린 생들이
언 대지를 뚫고 나와 숨결을 터트려
마침내 우리는 시린 겨울로부터
해방되었다.
작성 : 2017년 03월 14일(화) 13:38
게시 : 2017년 04월 18일(화) 09:04


글 + 사진 │ 김인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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