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에 열린 국제표준회의(IEC TC64 PT60364-8-3)는 전력산업이 인프라에서 서비스로 넘어가는 변곡점을 담아내는 회의였다.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이 국제표준은 기존의 TC64가 저압 전기설비의 사용자 및 작업자의 안전이 중심이었다면, 이와 다르게 양방향 전력공급이 이루어지는 프로슈머 개념이 적용된 시스템의 운영을 규정하는 국제표준이다.

프로슈머 전기설비라는 개념이 무척 생소하지만,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스마트그리드나 IoT 등의 개념이 적용된 전기설비들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들에게 왜 프로슈머라는 의미를 부여하는가가 중요하다.

이전 전기설비들과 달리 앞으로 개발되는 전기설비들은 양방향으로 전력공급이 이루어지며, 관련된 정보를 내ㆍ외부의 전력시스템과도 연계해야 한다.

하지만 양방향으로 전력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나 내ㆍ외부 전력시스템과 어떤 정보를 가지고 연계하여야 하는지는 아직 규정된 바 없다. 제조사별로 제각각 만들어낸 시스템이 서로 상호운영 될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들은 새롭게 적용되는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개발되는 국제표준은 이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저압 프로슈머 전기설비를 정의하고, 프로슈머 전기설비로 규정되는 전기설비들의 역할 및 정보교환에 대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표준에서 다루는 분야는 태양광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자동차충전설비 등 분산형 전원과 이를 관리하는 지능형 전력량계,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포함한다. IEC와 IEEE에서 제시된 프레임워크를 통해 새롭게 적용되는 설비들의 구성요소, 통신방법 및 정보교환모델을 정의하고, 시험절차에 따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프로슈머 간 전력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담아내는가가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진국들의 기술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를 처리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향후 2~3년간 진행될 국제표준 개발기간 동안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나, 국내 전문가들의 참여가 거의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국제표준 프로젝트를 우리 손으로 이끌고 나가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마무리까지 우리의 손때를 입혀, 향후 전력서비스 분야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도록 국내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프로슈머 전기설비에 대한 국제표준 개발은 전력인프라 시장에서 전력서비스 시장으로 확대될 미래 시장에 대한 투자이다.

지금까지는 2차산업인 대규모 전력인프라 시장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앞으로는 소규모지만 전 세계 소비자들을 상대할 3차산업인 전력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를 위해 전기공사업계도 전력인프라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전력서비스에도 관심을 기울여 다가오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입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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