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에너지업계도 향후 에너지정책의 방향이 ‘친환경’ 이라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속도의 문제를 얘기할 때는 조금씩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은 성급하고, 에너지업계는 신중하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는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발언은 주자들의 인지도에 따라 파급력은 엄청나다. 아직 각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은 상황에 맞는 정책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중에선 정의당이 가장 먼저 대선후보를 정하고 심상정 대표가 8일 에너지 공약을 발표했다. 정의당의 환경,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탈핵’ 이다. 정의당은 “탈 원전과 신에너지정책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 라며“ 노후원전 폐쇄, 신규원전 건설 중단으로 2040년 원전 제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의 빈자리를 신재생이 메꿔 204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40%로 확대하게다고 했다.

민주당의 공식 후보는 아니지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도 탈핵을 에너지정책의 우선으로 꼽았다.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탈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현재 가동중인 원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40년 후 원전제로 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비롯한 노후 원전 가동을 재검토해 원전, 석탄화력 중심의 전력수급 방식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추가 원전 건설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탈원전 정책을 분명히 했으며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후보들 마다 원전 정책에 대한 강도는 다르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정책을 전면 수정해 장기적으로 탈원전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원전정책은 지난 2015년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참고하면 된다.

기본계획을 보면 2029년 기준 전원구성에서 원전은 전체의 23.4% (발전용량 3830만kW)로 유연탄 26.4% 다음으로 높다. 피크기여도를 기준으로 보면 원전은 28.2%까지 올라간다.

2015년 기준 발전용량 2540만kW보다 1000만 kW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반면에 유력 대선주자 대부분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설비용량 기준 30%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정부가 7차 수급계획에서 발표한 용량기준 20.1%를 훨씬 뛰어넘는다.

친환경으로의 급격한 에너지정책 변화

경제적 부담 크게 늘어…긴 호흡 필요

세계 각국이 CO2 배출을 줄이겠다는 선언을 한 ‘신기후 체제’ 이후 에너지정책의 트렌드는 친환경과 효율적인 에너지소비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우리나라도 에너지신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 모델로 떠오르고 있으며, 석탄발전과 원자력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친환경에너지에 빨리 자리를 내줘야 할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은 당장 2년~3년의 단기간이 아닌 말 그대로 긴 호흡, 20년~30년을 내다보고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 미세먼지 배출의 원인중 하나라고 해서 당장 석탄발전을 멈출 수 없고, 원자력이 위험하다고 해서 가동을 중단할 수 없다.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완벽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2015년 기준 석탄과 원자력은 전력생산의 70%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는데, 원자력과 석탄의 역할을 할 친환경 발전설비 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수 있다.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설비를 늘리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전체 전원 구성에서 석탄과 원자력의 중요성과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과 석탄이 이끌어온 이런 추세적 흐름을 제어하고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환에 앞서 경제성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결정 요소 중 하나다.

대선 주자들을 포함해 정치권은 친환경 에너지의 전환에 대해 말하지만 경제성 즉 지금보다 높은 에너지 비용은 누가 어떻게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뒤로 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말하는 탈핵은 관리 운영에서 위험하다 보니 가장 저렴한 에너지인 원자력 대신 현재 기준으로 가장 비싼 신재생으로 전환을 말한다.

전력분야 한 전문가는 “원전은 화석연료,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인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권은 에너지 정책을 말할 때 환경만 강조하지만,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비용에 대한 언급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선택은 국민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2014년 기준 전력시장 정산단가는 원전이 54.7원/kWh인 데 비해 석탄발전은 65.1원/kWh, LNG발전은 160.9원/kWh이다.

신재생 확대, 계통 불확실성 높일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 미션…원자력역할 활용해야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의 확대는 기정사실화 돼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 계통의 불안정성과 공급의 불확실성이다.

흔히 변동성 에너지원(variable energy resources)’이라고 불리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기존 발전기술에 비해 발전량을 조절하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며 발전량에 대한 예측 또한 상대적으로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발전자원들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문제는 계통 운영의 새로운 현안이 될 수 있다. 전력계통이 풍력과 태양에너지의 점유율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회사는 운영 예비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전력산업의 미래를 예측한 'MIT2030'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의 풍속과 구름의 양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많은 전력계통은 더 많은 예비전력을 확보해야 하며, 이는 곧 비용증가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역 전체의 신재생 발전량이 수분-수 시간 간격으로 함께 증가 또는 감소하는 현상, 일명 발전량 ‘램핑 현상(ramping event)’을 일으키는 폭풍·초대형 구름과 같은 대규모 기상현상의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신재생 태양광 등 친환경설비가 전력공급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더라도,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전력설비구성이 필요하며 이는 비용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

또 온실가스 감축도 냉정히 접근해야 한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이 산업용 및 가정용 연료, 자동차 연료, 화력발전 등에서 발생한다.

특히 화력발전 및 자동차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에 의한 비중이 거의 50% 정도에 달해 이들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이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간단히 생각한다면 화석연료에 의한 발전을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발전으로 대체하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한다면 절반 정도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원자력은 역할을 찾아야 한다. 원자력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와 비슷하거나 또는 적은 수치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IPCC(기후변화 국제 협의체)가 2014년 발표한 ‘Climate Change 2014’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은 풍력과 함께 kWh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약 10g으로, 발전원 중 이산화탄소를 가장 적게 발생시키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kWh당 약 30~50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태양광에 비해서도 매우 적은 양이며 수력도 kWh당 약 24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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