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학기 KETEP 원자력 PD
염학기 KETEP 원자력 PD

반원전 그리고 환경 단체들은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 석탄 화력과 원전을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가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따라갈 지리적 환경이 가능하고 경제적인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여력과 가능성이 있을까?

독일 국토면적은 357,376km²로 우리나라보다 3.5배 크다. 독일은 61%의 1차 에너지원을 수입하지만 우리는 95.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보다 2.9배 많은 3.73조 USD이고 인구는 우리보다 1.6배가 많다. 그리고 독일은 북쪽으로 덴마크와 북해, 발트 해, 동쪽으로 폴란드와 체코, 남쪽으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서쪽으로 프랑스,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우리 보다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이고 협조적인 국가들이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유럽은 독일을 중심으로 35개 국가 간에 전력망이 연결되어 신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자유롭게 수출입할 수 있는 송전망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중국·일본 등과 이웃해 있는 우리나라는 국방안보·역사갈등·주파수 문제 등으로 이들과 전력망을 연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우리는 국토가 좁고 인구밀집도가 높아 태양광, 풍력 발전설비도 설치에 있어 주변 주민과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문제도 있다.

2000년부터 신재생에너지법을 만들어 정부지원을 확대하여왔던 독일은 2015년도에 화력(52.76%)과 원자력(14.59%)을 통한 전력생산 이외에도 풍력·태양광·수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약 26%로 전력을 생산 하였다. 2015년 기준으로 독일 전력가격을 살펴보면 유럽연합 31개국 중에서 가정용은 덴마크에 이어 두 번째, 산업용은 이탈리아·몰타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14년에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지원 확대로 인한 소비자 부담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신재생에너지 법을 개정하면서 지원금 규모를 축소하였고, 신재생 확대 속도를 조정하기 위해서 신규 신재생에너지 설치용량 상한 규정을 만들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간 경쟁체제 등을 도입하였다.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40~45%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하고자 개정된 재생에너지법을 2017년부터 시행하는 독일은 지금 새로운 분기점에 서있는 상황이다.

독일에서는 원전 폐쇄로 인한 전력부족분을 신재생에너지로 모두 대체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석탄발전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문제가 나타났었다. 또한 독일은 전력 공급망 부족으로 북부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남부로 송전하는데 문제도 갖고 있다. 즉 독일도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량 확대만으로는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에너지안전성과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효율향상과 안정적인 전력저장설비 개발과 더불어 안정적 송전망 구축 등을 포함한 기술적·사회적 한계를 극복하여 수출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이 지리적·자원안보적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독일에너지 정책을 상대로 단순하게 비교하고 방향성 없이 따라 가는 것은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대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여야만 한다. 준자립 에너지원이면서도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가장 적은 원자력 발전은 앞으로 우리에게 경제적이고 안전한 신재생 등 대체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할 때까지 필수적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포함하고 있듯이 우리도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경쟁력 향상과 함께 원자력 발전 안전성을 보다 상향하기 위한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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