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싱 열악·컨트롤타워 부재 8년째 실적 없어
러·중, 세일즈외교 국가적 지원으로 수출경쟁 유리

최근 21조원 규모 영국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한전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UAE 원전 수출 이후 8년 만에 원전 수출이 성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시바가 2014년 1700억원에 인수한 영국 뉴젠(NuGen)사 지분 60% 중 전부 또는 일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전이 이를 인수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가 한전의 뉴젠 프로젝트 참여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한전이 지분을 인수할 경우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도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물론 뉴젠은 도시바의 자회사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AP1000 노형을 채택하고 있어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이 당장 들어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영국이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영국에 한국형 원자로를 수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원전업계는 지난 2009년 UAE 원전 수주 이후 8년째 해외수출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애를 태워 왔다. 특히 신고리 5·6호기를 기점으로 국내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해외 수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원전의 해외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의 의지와 노력 부족이다. 원전은 다른 분야와 달리 어느 한 기업이 나서서 사업을 수주하는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야 수출이 가능하다.

과거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원전 수출은 주로 핵심 기기의 글로벌 메이커를 가진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만 수출을 했지만, 최근에는 실적을 확보한 러시아와 한국, 중국 등이 가세하면서 국가적인 지원이 수출의 성사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원전을 도입하려는 일부 국가는 금융차관과 각종 인프라, 국방무기 등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원전 수출 계약은 보통 양국 정상 회담을 거쳐 결정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은 정상이 나서서 세일즈외교를 통해 엄청난 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영국 등과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케냐, 브라질,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수출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핀란드와 수출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방글라데시, 베트남, 이집트, 헝가리, 이란, 카자흐스탄, 알제리 등과도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UAE 원전 수출 이후, 사우디와 소형 모듈로 ‘SMART’ 기술에 관한 협력계약만 체결하는데 그치고 있다.

원전 해외수출 총괄 기능이 이원화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해 에너지 분야 기능조정을 통해 한전과 한수원에 원전수출 총괄기능을 부여키로 했다. 정부는 원전수출 프로젝트별로 한전 또는 한수원이 총괄할 수 있도록 하되, 정부·기관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불필요한 경합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전수출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의 경쟁구도여서 한전과 한수원으로 이원화하는 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UAE 바라카 원전사업의 경우 건설수주액만 186억 달러에 달하고, 60년간 54조원의 매출과 1000여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정도로 경제적인 효과가 크다”며 “정부를 중심으로 한전과 한수원이 한 팀을 이뤄서 수출에 전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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