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시장, 수수료 경쟁 그만, 서비스로 승부해야”

“수요자원거래시장(DR시장)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에너지 융합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단순히 고객을 확보하고, 수수료 경쟁만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서비스로 경쟁해야죠.”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신산업 중 가장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DR시장은 지난해 11월 3885MW로 규모가 확대됐다. 기존에는 없었던 사업이 출범 3년만에 거둔 성과치고는 상당한 수준이다. 다만 시장이 안정화되기 시작하면서 사업자들 간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현재로선 DR시장의 운영원리가 단순한 탓에 사업자간의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출범 전부터 DR시장에서 활약해 온 김성철 벽산파워 상무는 “DR사업은 고객을 모집해 수요자원을 확보하고, 이 자원을 바탕으로 수요관리 사업을 한다”며 “그런데 고객을 모집할 때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보니 수수료를 낮추는 경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DR시장은 공장이나 빌딩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건물에서 전기사용을 줄이고 그만큼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산업부는 전력 수요를 조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DR시장을 출범시켰다. 매년 DR시장의 규모가 증가해 지금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서서히 한계에 봉착했다. DR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고객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고객유치가 어려워지다보니 다른 사업자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어요. 최대한 수수료를 낮추고,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사업을 해야 하는 거죠. DR시장 규모는 커졌는데 사업자들은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몰리고 있는 셈입니다.”

사업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하는 이유는 서비스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상무의 지적이다. DR시장이 에너지신산업의 플랫폼으로서 자리를 잡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과 연계한 에너지 컨설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기존 DR사업자들이나 진입을 노리는 사업자 모두 DR 단일사업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다.

“물론 DR사업을 기반으로 추가 사업을 이어가는 사업자들도 있습니다. DR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재투자하면서 에너지 컨설팅 기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거죠.”

벽산파워 역시 IT플랫폼 회사로서 DR과 ESS를 연계한 사업에 재투자를 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시행하는 보급사업에도 매년 참여하며 실적도 확보했다. 국내에서 DR시장의 규모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현 상황을 유지하거나, 고객 유치 경쟁에 몰두하기 보다는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것. 김성철 상무 역시 최근 빅데이터에 분석에 관심을 갖고, DR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딥러닝(Deep learning)을 준비하고 있다. DR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DR시장의 최대 약점은 발전자원에 비해 품질이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결국 DR이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AI)를 통한 최적의 에너지 관리가 필요하고, 복잡한 수용가별 상황을 체크해 적절한 서비스를 공급해야 하는 거죠.”

그는 사업자들이 지금처럼 DR시장을 대응해선 생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지금은 15개 기업이 시장에 존재하지만 점차 상위 몇몇 기업에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DR사업은 수수료 경쟁이 점점 심해지면 결국 몇몇 기업만 살아남을 겁니다. 변화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거죠. DR사업을 기반으로 에너지프로슈머, 소규모전력중개시장 등 파생사업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DR 시장도 살아남을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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