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설비 인프라 활용하면 ‘ 4차 산업혁명’ 효과적으로 창출”

“흔히 발전은 점, 송전은 선, 배전설비는 면에 비유합니다. 이는 모든 국민이 전기를 사용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데 가장 밀접한 전력설비가 배전설비임을 잘 표현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배전선로는 1만175회선으로 해마다 5%정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선의 길이는 135만103㎞로 지구를 약 34바퀴 회전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1가구당 연간정전시간은 약 9.6분이며, 전압유지율은 99.95%, 선로손실은 약 3.4%로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2년 KPMG사에서 전 세계의 전기품질을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가 1위를 달성했으며, 세계은행에서 발표하는 ‘전기공급’ 분야 순위도 2014년 이후 3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권오득 한국전력 배전운영처장은 전력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로 정전이 없고, 선로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을 첫 손에 꼽았다. 가정과 일터로 전기를 공급하는 데 있어 정전시간과 규정전압유지율, 손실률 등의 지표가 좋은 전력회사와 전기품질을 판가름하는 지표가 된다는 설명이다.

권 처장은 국민들이 최고 품질의 전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올해에도 각종 배전설비의 운영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도 경주할 방침이다.

“올해 배전설비 보강사업은 강도부족 전주교체, 노후 지중케이블 교체 등 연간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설비 안정도를 제고하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특히 침체된 경기부양을 위해 편성예산의 64%를 상반기에 집중 투자할 예정입니다.

우선 연간 880억원을 투입해 전년도 지중케이블 진단결과 부분방전이 발견된 케이블에 대한 교체를 상반기 내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전력구(공동구)내 설치된 지중케이블 중 비난연케이블도 단계적으로 바꿔나갈 방침이고요. 또한 특고압 지중케이블은 과거 고장실적, 케이블 운영환경, 부하특성 등 케이블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의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수명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등 노후케이블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인한 하계 폭염·폭우에 대비해 맨홀과 지중저압설비에 대한 점검을 5월까지 완료하고 과부하가 예상되는 변압기는 사전에 교체를 완료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특고압 전선이 설치돼 있는 전국 400만기 전주에 대한 일제점검을 통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과도한 통신선이 설치되거나 편하중이 발생한 전주는 연간 800억원을 투입해 교체 및 보강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또한 대구 서문시장과 여수 수산시장 화재사고를 계기로 예방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전국 1642개 전통시장의 전력설비 안정도 향상을 위해 전통시장 내부 전력설비를 점검하고 표준정비모델 개발, 관리절차 제정 및 정비 시급성에 따라 단계적으로 즉시 정비를 병행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 인구 50만명 이상의 대도시와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강릉 지역의 미관저해 공중선에 대해 1120억원을 투입, 개선토록 하겠습니다.”

이어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배전분야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 몸의 모세혈관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채우고 있는 배전설비들과 IoT, 센서 등 기술을 연계해 새로운 전력서비스 모델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계경제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물리적, 생물학적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되는 기술의 혁명이라고 합니다. 과거 철도, 증기기관의 기계화 시대가 대량생산시대로 발전했고, 현재는 컴퓨터와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화 시대에 놓여 있는데요. 앞으로는 인공지능(AI), IoT 등 융합과 연결 기반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된 배전설비 인프라를 활용하면 4차 산업혁명에 가장 효과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우선, 전력IoT기반의 설비 자가진단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전력설비 맞춤형 스마트 센서와 무선통신방식을 이용해 정보를 취득하고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 설비의 고장예지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 센서 개발 산업계의 역량 향상과 전력설비, 정보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전력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둘째, 산악지나 도로횡단, 해월철탑 등 사람의 접근이 곤란한 전력설비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 무인항공기(Drone) 기반 전력설비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광학·열화상·초음파 장비를 드론에 설치해 진단을 시행하고 있으나, 올해 GPS기반 자동비행 실증사업을 시행하고, 향후 2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Hybrid)형 드론을 개발, 야외지역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셋째, 차량에 각종 진단장비를 장착, 주행 중에 주변 전력 설비의 이상상태를 판정하는 자동진단체계입니다. 현재는 운전자와 진단자가 동승해 이동하면서 설비를 진단하고 있으나, 앞으로 진단장비에서 각종 기자재를 자동인식 및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2018년에는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권 처장은 또 스마트 스틱 공법 등 배전공사 현장에서 마주할 변화와 앞으로의 노력에 대해 강조했다.

복잡하고 위험한 전기가 아니라 국민들이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현장에서 더 이상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전기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돌이켜보면 2016년은 배전운영처장으로써 가장 힘든 한해였습니다. 특히 활선작업 현장에서 안전사고 및 공법의 위험성에 대한 대내외 지적이 많았는데요. 이에 한전은 1992년부터 운영해 온 직접활선공법을 과감히 폐지한 바 있습니다. 올해에는 스마트 스틱(Smart Stick)을 이용해 작업자가 전력선에 접촉하지 않고 활선작업을 시행하는 공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합니다. 상반기 중에 간접활선공법의 전면확대를 시행할 예정이며, 작업효율 향상을 위한 웨어러블(Wearable) 기반 활선 로봇을 개발하는 등 안전사고 ZERO화를 통해 시공현장 근로자의 안전확보, 쾌적한 시공현장의 정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개편된 주택용 누진제에 따라 전기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 중에 과부하 예상변압기의 보강을 완료하고 전통시장, 번화가 등의 노후·복잡 설비의 환경을 개선해 국민 친화형 전력설비를 구축하도록 하겠습니다.”

권 처장은 국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전기 사용을 위해 전국의 현장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배전공사 협력회사와의 상생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신규 기능인력 확대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

“배전분야 협력회사의 시공인력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배전분야 시공자격 체계 개편 및 지원제도를 확대해 우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우선, 신규자격 취득인력 확대를 위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공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능자격 교육비용을 정부와 협력해서 지원하는 방안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또한 현재 배전·활선·무정전·지중배전 등으로 나뉘어 있는 기능자격 체계를 개편하고, 교육의 내실화를 통해 우수한 인력이 양성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토록 하겠습니다.

자격을 취득한 비숙련 시공인력을 대상으로 앞서 말씀드린 활선작업자의 감전사고 근절이 가능한 스마트 스틱 공법의 현장도입과 로봇개발, 시공현장 원거리 실시간 감시체계 구축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숙련전공 기능자격 경력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전국 전기공사업계의 권역별 임금과 처우수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안전하고 복지가 확보되는 전기공사업계가 조성되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끝으로 권 처장은 “협력회사와 한전은 영원한 협력 파트너”라며 “급변하는 전력산업계에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에너지 신산업 확산에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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