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 베라(1935~2015)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다. 그는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 등 역사적인 양키스의 영웅들을 능가하는 게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우승 반지다. 베라는 선수시절 무려 10차례나 챔피언에 올랐고 코치시절을 포함하면 12회로 더욱 압도적이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뒤로 하고 양키스 감독을 거쳐 1972년 라이벌 뉴욕 메츠의 감독이 됐다. 이듬해, 팀이 정규시즌에서 꼴찌로 쳐지자 “베라의 시즌은 끝났다”고 쓴 기자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메츠는 그 해 월드시리즈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비단 스포츠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흔히 회자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잠언(箴言)은 그렇게 탄생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승패가 분명한 스포츠뿐 아니라 정답이 없는 인생에도 두루 가르침을 준다. 비록 현실은 고단할지라도 통쾌한 반전을 꿈꾸는 평범한 삶을 응원한다. 어디에서나 들어맞을 것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우리의 고용시장에선 예외일 듯싶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실상 실업자’는 450만명에 달하고 청년실업률은 사상최고치(9.8%)를 기록했다. 공식 실업자 중 취준생은 40만명을 넘어섰는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무려 22%까지 늘어난다. 오늘도 2030 청춘들은 도서관과 고시원에서, 취업절벽의 낭떠러지에 위태롭게 매달려있다.

‘청년이 미래다’, ‘아프니까 청춘’ 등 공허한 구호가 사라진 자리엔 ‘흙턴(허드렛일만 계속하는 인턴)’, ‘N포세대(많은걸 포기해야 하는 세대)’, ‘빨대족(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 의존하는 사람)’이 대체했고, 급기야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어)’이란 한탄이 흘러나온다.

‘졸업은 곧 실업’이란 등호가 굳어진 지 오래라 졸업시즌인 대학가의 풍경도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고용시장의 또 다른 단면도 우울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 나라는 멕시코, 그리스, 그리고 우리나라뿐이다. OECD에 보고된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273시간으로 OECD 평균(1766시간)보다 무려 500시간 이상 길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비율도 전체의 54.2%(1042만명)에 달한다. 비정규직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행복을 저당 잡힌 채, 한쪽에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한쪽에선 고용불안과 세계 최고 수준의 근무시간에 고달프다.

고용시장의 상황은 심각하게 돌아가는데 정부의 대책은 겉돌고, 정치권은 온통 불확실한 조기 대선에 매몰돼 있다. 모든 세대가 고용재앙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는 이미 차고 넘친다.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던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노동개혁을 탈출구로 삼았다. 우리도 일자리 창출, 고용구조 개선 등 노동시장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되는 이유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메시지는 희망, 용기를 잃지 말라는 의미다.

우리 사회가 2030 청춘들에게, 4050 근로자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무언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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