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과연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최근 취재 때문에 만난 기업 CEO들은 이 질문에 대해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설사 해체 수순을 피하더라도 조직이 대폭 쪼그라들거나 존재감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경련은 어버이연합에 대한 편법지원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지원 등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최근 해체압박을 받고 있다.

위기를 반영하듯 주요 회원사들의 탈퇴는 러시를 이루고 있다.

전경련을 가장 먼저 탈퇴한 것은 LG그룹이다.

LG는 지난해 말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전경련에 탈퇴를 통보했다.

이달 초에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탈퇴행렬에 동참했다.

특히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경련 탈퇴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삼성의 이탈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바 있다.

뒤를 이어 SK그룹도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21일 전경련 탈퇴원을 제출했고 이날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카드, 현대제철 등 11개 계열사가 모두 탈퇴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전경련은 구심점 역할을 했던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면서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게 됐다.

이들 4대 그룹은 전경련 전체 운영비 약 500억원 가운데 70~80%를 담당한 사실상 물주였기 때문이다.

전경련(2015년 기준 회원사 598개사)은 1961년 민간경제인들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국내 최대의 순수 민간종합경제단체로 군림했다. 국내 경제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가운데 맏형 노릇을 해왔다.

전경련의 모태는 1961년 8월에 창립된 한국경제인협회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일본의 게이따렌(經團連)을 모델로 삼아 만든 조직이다.

전경련의 시작은 삼성이 주도했지만 부흥은 현대가 이끌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1977년부터 1987년까지 최장수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전경련의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때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전경련은 그러나 당장 올해 예산확보도 어려울 만큼 근간이 흔들리고 있고, 오는 2월 말 임기가 끝나는 허창수 회장의 후임 인선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전경련의 흥망성쇠는 정경유착(政經癒着)의 결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政(정)이 經(경)을 통해 금전적인 이익을 쫓고, 經(경)이 돈으로 권력을 탐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전경련은 우리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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