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 교수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장길수 교수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인류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전력계통에 큰 변화가 진행 중이고 그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안전과 환경 문제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 원자력 발전과 석탄 화력 발전의 축소나 폐지가 논의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원의 활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교통과 생활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에너지원들이 전기로 전환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전기를 공급하고 사용하는 두 영역 모두에 큰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추가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부재하여, 불확실성이 큰 새로운 전력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기 공급을 위한 전력계통의 운영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기 부하의 새로운 사용 형태에 맞춰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제어 가능한 발전원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전기 출력 형태를 가진 신재생에너지원의 활용 확대로 발전원에서의 제어 능력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 수준의 전기 공급에서의 신뢰도와 전기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원의 출력 불확실성을 보상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전기 공급원과 그에 따른 추가 전력 설비가 필요하다.

사회적 수용성 문제로 전력 설비들의 신증설이 어려워져서 전력 설비 지중화와 HVDC, FACTS 등의 제어 설비가 도입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정전 없는 높은 신뢰도와 품질의 전기를 저렴하게 사용하는 환경이 바람직하지만, 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늘어나고 그 비용을 소비자들이 공동으로 부담해야한다면 대부분의 소비자가 사용 가능한 적정 수준의 품질로 전기를 공급하고 추가적인 품질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소수의 특정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전기를 물로 비유하자면, 중앙 공급 체계에서는 적정 수준의 수질을 보장하는 수돗물을 공급하고 추가적인 품질은 소비자가 정수기나 생수를 통해 확보하는 것이 60Hz의 주파수와 220V의 전압 전기의 각 지표 변동 범위(± 몇 %의 변동)에 대한 기준을 대부분의 전기 소비자가 전기 사용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정하고 그 이상의 고 품질을 필요로 하는 전기 소비자는 에너지저장장치와 전압보상설비 등을 추가 설치하여 요구되는 기준을 만족하도록 하는 것에 비유된다.

이러한 적정 수준의 전기 품질 적용은 신재생에너지원의 파격적 보급 확대를 가능하게 하며, 전기 품질에 따른 전기 공급 비용을 달리 하여 높은 품질을 요구하는 전기 소비자는 비용을 더 부담하고 전기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전기 소비자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하는 합리적인 전기 비용 부담 체계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각 전기 소비자에 따른 전기 품질의 개선 기술은 DC 송배전 기술, 맞춤형 에너지저장장치, 맞춤형 전압보상설비 등으로 전기 분야의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적인 전력 신산업 보다 실질적인 신사업 활성화가 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원 밀집 지역, 제철 부하 등 전기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하 지역, 고품질 전기를 필요로 하는 지역 등에 대해 맞춤형 품질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 이상의 고품질 유지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 절감과 다가올 신재생에너지원 기반의 전력계통 운영을 대비하기 위하여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기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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