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덕 편집국장
유희덕 편집국장

탄핵판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일이 다가오면서 연일 국민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대선주자들의 행보다. 언론도 하루가 멀다하고 대선주자들을 검증한다며 여론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다양한 질문공세를 벌인다.

대선 주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정책의 선명성 경쟁을 하며, 정책 사안마다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의견이 모아지는 분야가 있다. 에너지분야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전력정책 분야다. 친환경 전력 정책으로의 전환에 대해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며, 총론은 물론 각론까지 비슷한 정책을 말한다.

실제 친환경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은 이미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어찌보면 영국, 독일 등 앞서가는 EU 회원국에 비해 다소 뒤처진게 사실이다. 2015년 기준 EU 주요 회원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보면 덴마크가 66%를 달성했고 뒤를 이어 포르투갈(30%), 독일(27%), 스페인(24%), 이탈리아(23%), 영국(23%)순으로 나타났다.우리나라의 신재생설비 용량비중이 전체 발전설비 용량대비 10%를 넘지 못하고 있으니, 한참 못 미친다.

주요 대선주자들은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해 친환경 전력공급 시대에 맞게 석탄과 원자력에 대한 비중을 줄이겠다며 공약을 앞다퉈 내놓는다.

특히 원자력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은 단호하다. 신규원전을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수명연장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 수명연장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반면 전력공급 측면에서 경제성이 높은 원전이 뭇매를 맞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1978년 고리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원전은 40년간 값싼 전력공급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했으며, 지금도 국내 발전량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을 대체할만한 에너지가 없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을 멈추겠다는 것에 대해 원자력계는 반대한다.

‘탈핵’을 부정할 수 없고 우리가 지향해야할 목표는 맞다. 그러나 당장 쉽게 고리를 끊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체 발전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값싼 전원인 원전을 LNG, 신재생으로 대체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문제, 국제사회와의 약속인 온실가스 감축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의 역할을 찾는 문제는 현실적인 고민일 수밖에 없다.

원자력계는 2014년 기준으로 원전을 추가 건설하지 않고 기존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한다고 가정하면, 석탄발전으로 대체 시 2030년까지 134조 원이 추가 소요되고 44.2%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또 전량 LNG발전으로 대체할 경우엔 2030년까지 217조 원의 발전비용이 추가되고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71.3%가 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왈가왈부 하고 싶지는 않지만, 국민들의 비용부담은 당연해 보인다. 또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 (BAU) 대비 37%로 잡았다. 발전부문의 연료전환이 필요한데, 여기서도 일정부분 원자력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신재생과 원전의 CO2발생은 제로에 가까운 반면 가스, 석유, 석탄발전은 1kWh 의 전기를 생산할 때 각각 0.36, 0.70, 0.82kg 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동일한 양을 발전할 때 가스는 석탄발전의 44%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을 줄이고 가스발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용이 관건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원자력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 사회로 전환하는데 중간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현실로 눈을 돌리면 국민들의 호주머니 걱정을 해야하는데, 막상 국민들의 인기를 얻자니 원전, 석탄 등 국민들이 싫어하는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정책을 만들 수 밖에 없는 현실사이에서 전력정책이 자칫하면 포퓰리즘 논란에 휩쓸릴 수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앞으로 해야 할 것’ 을 명확히 구분해 정책으로 만들어야 포퓰리즘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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