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알파고의 등장은 인류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빅데이터와 IoT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불어오며 인간의 불안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제조업의 생산성은 지속적인 감소추세고, 이로 인해 전 세계적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실업률은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에 수반되는 인공지능이 보편화될 경우 인간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치지 않는 로봇이 인간보다 더 정교하고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할 경우 좁게는 단순반복업무, 넓게는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서비스 직종까지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기업과 산업은 존재하지만 플랫폼을 가진 자본가들에게 부가 집중되고 노동자들에게 이윤이 배분되지는 않는 양극화 현상의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소득불균형 문제 극복을 위해 최근 ‘기본소득제도’가 화두가 되고 있다. 전 국민에게 무조건 일정 액수의 급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직업 유무, 재산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말 그대로 ‘기본’소득이다. 모두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 앞서 언급했듯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 등이 도입 논리로 사용된다. 공공서비스 규모를 줄이고 실업급여를 폐지하는 등 국가 전반적인 복지 정책의 개편과 함께 도입이 이뤄질 경우 재원 확보는 물론 보다 효과적인 복지가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정부를 통해 이미 ‘증세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톡톡히 체감했다. 근로의욕 저하 등 ‘복지병’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본소득이 오히려 노동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사회불만을 차단하거나 공공부조 중단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후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기본소득제 도입 찬반을 놓고 공약을 내걸고 있다. 전면도입을 약속한 후보도 있고, 포퓰리즘성 공약에 대한 강한 반대의사를 나타낸 후보도 있다. 보수진영은 대체로 보편적 복지의 성격을 띈 기본소득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문제는 제도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복지 시스템의 개편일 것이다. 현행 복지체제 위에 기본소득제를 얹는다는 생각은 허울뿐인 ‘이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권 획득을 위한 ‘표심잡기’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심각한 실업문제에 대한 대비의 일환으로서 건전하고 내실있는 기본소득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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