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웅 인코어드 대표이사(창업자)/공학박사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이사(창업자)/공학박사

얼마 전에 정부의 한 관계자로부터 의외의 질의를 받았다. 전력회사가 보유한 미터링 등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을 추진하고 싶은데, 미국과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어, 한국의 통신 회사가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니 수십만 가구의 에너지 정보와 데이터를 요구한다고 했다. 데이터 개방에 대하여 뭔가를 오해를 하거나 이해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 데이터는 철저히 개인 정보에 해당되는 것으로 개인의 동의가 없이 전력회사가 무조건 어떤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 데이터를 넘겨주면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에너지 데이터 속에는 개인이나 가정이 언제 기상을 했는지, 언제 잠자리에 드는지, 또 커피를 언제 끓여 먹는지, 세탁을 언제 하는지, 그 집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두 알 수 있는 개인의 생활 패턴이 담겨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정보이며, 일반 SNS의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한 기업이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하여 자기가 동의 받지 않은 개인 정보를 그 데이터를 보유한 공기관 등에 요구를 하는 것은 일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은 개인 정보를 넘겨 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정보를 넘겨주는 순간 해당 공기업은 아마 개인으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 아마 미국이나 일본이 에너지 데이터를 개방했다는 사실만 가지고, 개인정보에 해당되는 에너지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그린버튼이라는 데이터 베이스에 스마트미터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전력회사나 서비스 업체에게 제공하여, 원하는 개인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추구한다. 물론 스마트미터를 보급하면서 스마트미터로 부터의 데이터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는다.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은 기업은 자신이 그 고객이 전력을 공급받는 전력회사에게 개인 정보사용의 동의를 직접 받아 그 고객의 리스트와 동의서를 전력회사에게 제출하고 승인을 득한다. 그렇게 하면, 전력회사는 동의를 받은 고객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기업은 그 고객의 정보를 이용하여 서비스를 테스트 모드로 개발할 수 있다. 개발이 끝난 콘텐츠는 전력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알려주며, 앱이나 웹을 다운 받을 수 있도록 공개한다. 이렇게 되면, 이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모든 고객은 그 앱이나 웹을 다운 받아 로그인을 하게 되며, 자신의 정보 사용에 대한 동의를 전력회사와 서비스 기업에 다시 하게 된다. 철저히 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개인이 정보사용에 대한 선택권이 고객에게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메커니즘은 이미 OAuth 2.0 Standard라는 규격을 통하여 이루어 지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아직은 공공의 데이터 개방에 대하여 원칙이 잘 정립이 되어 있질 않아, 이런 오해와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민간에 대한 데이터 개방의 폭이 확대되면, 이러한 표준과 규격이 만들어져야 개인의 정보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개인이 받을 수 있게 된다. 어떤 기업이 자기가 필요하다고, 개인 정보를 기업 간 주고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미 한국의 통신회사들이 사물인터넷을 통하여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한 기업의 소유가 아니며, 철저히 개인의 소유이고, 서비스 등 자신의 필요에 의하여 자신의 정보를 주는 것을 허용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에 대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에너지 정보는 이제부터 전력회사가 독점할 수 없게 되었다. 스마트미터를 통한 데이터 수집은 그동안 과금을 위한 목적으로 수집이 되었기 때문에 전력회사가 독점적으로 수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에너지 데이터는 비단 과금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신요금이 통신시간과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과금을 하지만, 그 외에 그 데이터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부가적인 이익구조를 만들어 낸다. 이제부터는 통신회사도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며, 에너지 데이터가 바로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다. 과금을 떠나, 수요에 반응을 하여 다양한 인센티브도 받게 되고, 독거노인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게 되며, 가전기기의 고장 및 노후 상태를 판단하여 새로운 가전기기 구매를 제안하는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서비스는 개인의 필요와 선택에 따라 개인정보 사용에 동의를 하고 받을 수 있는 것이 된다.

이제 우리도 정보와 데이터 사용의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아마 알게 모르게 우리는 개인이 정보가 이렇게 기업들 간 거래가 되거나, 자기들의 협업이라는 미명 하에 교환이 되는 일이 있을까봐 두렵다. 다시 한번 개인의 정보를 취급하는 기업들은 개인의 정보보호에 더욱 책임감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개인 정보 사용의 출발점은 반드시 개인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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