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나라빚이 900조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월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발행잔액이 지난해 말 918조원으로 처음 900조원대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지출할 곳은 많은데 돈이 없을 때 세금을 더 거두거나 국채와 특수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한다. 다만 세금을 더 거두면 조세저항에 부딪힐 우려가 있어 국채 등을 발행하는 방식이 정부 입장에선 더 편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세금보다는 국채 발행이라는 쉬운 선택을 종종 한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말 366조원 수준이었던 국채와 특수채 발행잔액 규모가 10년 만에 2.5배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잔액도 2006년 말 258조원에서 지난해 말 581조원으로 늘었다. 특수채 발행잔액은 108조원에서 337조원으로 증가했다. 발행잔액은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제외한 것으로, 앞으로 갚아야 하는 금액이다. 차기 정부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등에 필요한 돈을 주로 특수채를 발행해 마련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국채를 더 활용했다. 추경 등을 통해 국채를 발행해 정부가 쓸 돈을 마련한 것.

10년만에 나라빚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만큼이나 놀라운 사실은 빚까지 끌어다 썼는데도 국가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조선업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고, 자영업의 평균 생존 기간은 3~5년에 불과하다.

저성장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재정건전성 악화 등 불안요소가 증가하고, 국가 부채까지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올해 경제 전망은 잿빛으로 물들고 있다. 앞에서는 증세없는 복지를 말하고, 뒤로는 빚잔치를 열고 있었던 포퓰리즘 정치의 말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