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소통하고 철저히 정보 공개, 국민들 불안 없애는데 최선 다할 것”

“MOT(Moments Of Truth)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원이 고객 한사람을 응대하는 시간은 15초에 불과하지만 이 결정적인 순간이 기업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뜻이죠. 그만큼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뇌리에 박혀 있는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죠. 원자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들로 인해 국민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이 된 이후, 지난 4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국민들의 인식이 회복되는 추세이지만 그 이전의 수준으로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 꾸준히 국민들과 소통을 확대하고, 궁금해 하는 정보는 철저히 공개해서 국민들의 불안을 없애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전영택 한수원 기획부사장은 “현재 국회에 신규원전 건설과 계속운전 연장 허가 반대, 원전 안전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법안 42건과 결의안 3건이 발의돼 있을 정도로 원전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하지만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한 소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원자력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앞으로 원전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동시에 해외수출과 신재생에너지사업 확대도 병행하여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혁신 전도사로 한수원의 체질 개선 ‘앞장’

전영택 부사장은 지난 2012년 9월 경영혁신실장으로 한수원에 처음 왔다. 당시 한수원은 납품비리와 시험성적서 위조 등으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그야 말로 위기의 상황이었다.

“원자력의 가장 핵심은 안전과 신뢰입니다. 하지만 불미스런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원전마피아’란 말이 나올 정도로 원자력계 종사자들이 비리집단으로 낙인찍혔죠. 저는 경영혁신실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약 2년간 비리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및 관행 개선과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인사·문화’ 등 3대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본사보다는 현장 위주로 인력을 배치하고, 인사비리 요인을 차단하기 위해 추천인사제도 폐지와 순환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또한,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1직급 직원의 외부개방채용 등을 추진하고, 구매제도도 전면 개편했습니다.”

한수원에 부임하기 전 전력거래소에서 근무할 때도 혁신을 강조했던 그는 한수원에서도 혁신전도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결과 100%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하드웨어(제도적) 측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조직문화) 측면으로도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 통해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

한수원은 국가 에너지 공급이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도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안전취약지역에 안심가로등을 설치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안심가로등’ 프로젝트는 한수원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 사업은 전국 취약지역에 가로등 600여개를 설치해 범죄예방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으며, 가로등에 태양광모듈과 충전장치를 달아 에너지절약 효과가 크다.

전영택 부사장은 “한수원의 가장 최우선 핵심가치는 바로 안전”이라며 “전기를 만드는 한수원 본연의 업무와 안전을 접목한 ‘안심가로등’ 프로젝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면서 사회안전망 구축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수원은 원전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과 소통에 집중해 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원전주변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의 소외계층에까지 관심을 갖자는 차원에서 안심가로등 사업과 함께 지역아동센터 학습개선을 위한 ‘행복더함 희망나래’ 프로젝트도 수행 중에 있습니다.”

행복더함 희망나래 프로젝트는 전국 지역아동센터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쾌적한 학습공간인 희망도서관을 조성해주고, 안전한 귀가와 문화체험 등에 사용할 차량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재무성과 개선, 안정적인 원전 운영 큰 성과

한수원은 요즈음 대외적으로는 어려운 여건을 맞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우선 재무적 성과 측면에서 2013년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당기순이익 2조50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도 2013년 132%에서 2016년에는 108%로 낮아졌다.

또 청렴도 부문에서도 국민권익위 주관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2012~2013년 최하위 등급인 5등급에서 매년 1등급씩 상승해 2016년에는 최우수등급인 1등급을 달성했다. 얼마 전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도 한수원은 공기업I그룹 22개 기관 중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원전운영 지표도 매우 좋다. 한수원은 2012년부터 5년 연속 인적실수에 의한 고장정지 ‘0’건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글로벌 선진 7개국과 비교해 최저 수준의 고장정지 건수(0.17건/호기)를 기록해 최고 수준의 원전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이밖에 해외 1조1000억원 규모의 UAE원자력 운영지원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UAE 매출액 3억1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전영택 부사장은 “지표상으로는 분명히 좋아져 올해 경영평가에서도 지난해 이상의 성과가 기대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냉정한 고민이 필요하다. 앞으로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없애는 게 숙제

전영택 부사장은 올해 기획본부를 포함해 회사 전체의 최대 과제로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해소와 신뢰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원전은 교통수단 중 비행기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인원을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실어 나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죠. 더욱이 비행기는 무서우면 안타면 그만이지만, 원전은 무섭다고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한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리 직원들의 역량은 충분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정보공개시스템을 구축해 외부에서 요청하는 자료에 대해 철저히 공개하고 소통에도 앞장서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한 점을 찾아서 소통 매카니즘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안정적 전력공급 위해선 원전 적정 비중 유지 필수

전영택 부사장은 올해 수립하게 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앞으로의 원전을 포함한 국가에너지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8차 계획에서는 3가지 사안이 쟁점이 될 것입니다. 우선 정확한 수요전망이죠. 현재 전력수급계획은 최대부하를 고려해 전력설비 계획을 짜는데, 부하패턴에 따라 기저부하와 첨두부하의 적정 구성을 해야 합니다. 또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도 고려해야 하죠. 마지막으로 적정예비율이 얼마인지를 설정해야 합니다. 과거에도 지금처럼 과다 예비율 논란이 많았지만, 얼마 안가 공급이 부족해 허겁지겁 발전소를 건설했던 사례가 많았거든요. 원전의 경우 건설기간이 10년 이상 소요되는데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중요한 수단인 만큼 당장 국민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신규건설과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을 불허하기보다는 일정 수준의 비중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영택 기획부사장은...

전영택 기획부사장은 1959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원자핵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에서 근무하다 1989년 기술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동력자원부와 산업자원부에서 원자력과 전력산업구조개편 관련 업무를 수행했으며, 2002년 전력거래소로 자리를 옮겨 기획관리처장 등을 지냈다. 2012년 한수원으로 적을 옮긴 뒤 경영혁신실장, 수력양수본부장, 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일 기획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 부사장은 자연과학과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지금까지 총 11권에 달하는 책을 번역 출간했다. 옮긴 책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통계학’,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물리학’, ‘바이오테크 시대’,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 ‘물리학을 잡아라’, ‘천문학을 잡아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적분’ 등이 있으며, 최근에도 ‘양자역학’ 관련 책 번역을 할 정도로 박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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