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기자
조정훈 기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솝우화 가운데 ‘여우와 두루미’가 있다.

우화를 요약하면 여우의 생일에 초대된 두루미는 뾰족한 부리 탓에 여우가 내놓은 접시에 담긴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이에 화가 난 두루미는 여우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입구가 좁은 호리병에 음식을 내어 온다. 역시 여우도 호리병 속의 음식을 먹지 못했다.

입 모양이 다른 여우와 두루미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채 자신이 먹기 편한 그릇에 음식을 담아왔고, 결국 서로 상대방이 만든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 우화는 차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중요함을 일깨운다. 그리고 이는 최근 입법예고됐던 전기안전관리법과 관련한 논란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는 듯 하다.

전기안전관리법은 ‘전기안전’에 관한 독립된 법 체계를 마련해 그간 소외돼 온 전기안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실효성있는 전기안전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전기안전 증진은 물론 전기종사자들의 위상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전기기술인협회 등은 법안이 시행되면 전기안전공사가 독점적 권한을 가지게 돼 시장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안전관리 대행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전기안전공사에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한 경기장 위에서 뛰는 상대편 선수가 심판도 보는 셈’이란 주장이다.

이처럼 양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전기안전관리법은 대척점에 있는 양 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앞으로의 진행 과정에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의견을 모으기까지 극심한 진통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안전공사와 전기기술인협회 등 유관기관이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갖고 논의를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대립 구도가 심화될 경우 앞으로의 토론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거나 소모적인 논쟁에 그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안전공사는 입법과정에서 전기기술인협회 등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기기술인협회도 중간에 안전협회가 법안에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등 업계 내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우화 속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했다면 둘 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나눠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화에서 배운 교훈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기자에게 협상 전문가를 자청했던 모 발전회사 차장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협상의 기본은 당사자인 A와 B가 모두 만족하는 접점을 찾는 거에요. 협상이 나한테만 혹은 상대방에게만 유리한 쪽으로 가고 있다면 이미 그건 협상이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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