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h당 173.8원. 지난 12일부터 바뀐 전기차 급속충전요금이다. 얼마나 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전기차로 100km를 달려도 2759원밖에 들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쉽다.

충전요금이 워낙 저렴해진 탓에 전기차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하나둘 전기차가 어떻냐고 묻곤 한다. 심지어 전기차는 아직 이르다고 고개를 저었던 기자 역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할 정도. 그만큼 충전요금 인하가 전기차 보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차 충전사업을 하는 민간 사업자들은 충전요금 인하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이전 충전요금이었던 313.1원도 사업을 지속하기에 빠듯한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절반 가까이 요금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가격조정이 아닌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라는 점도 특이하다.모 충전사업자는 “사업을 접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조치”라며 털어놨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위해 그동안 구축한 급속충전기 491기의 충전요금을 낮추면 민간 충전사업자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충전요금이 비싼 민간 충전기를 이용하지 않고 정부가 보급한 충전기로 몰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민간 충전사업자들도 덩달아 요금을 낮출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부는 민간 충전사업자들이 단순 전기차 충전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한 걸음 뒤로 빠지고 민간 충전시장이 형성되길 바란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정부가 가격을 좌지우지하며 민간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전기차 시장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며 공을 쌓아 온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성장하도록 지켜봐야 한다. 시장이 엇나가지 않도록 감시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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