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날씨는 차갑지만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만큼은 그 무엇보다도 따뜻한 설날은 묵은해의 근심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행복을 기원하는 날이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설날의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고향가는 길이 누구에게나,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모두가 즐거워야 하는 명절이 어떤 이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명절 동안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원인 1위는 학업성적을 묻는 질문을 비롯해 취업이나 결혼 등을 채근하는 ‘잔소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물어보는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고, 그간 자주 연락하지 못한 미안함과 관심을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질문을 받는 당사자 입장에선 명절을 지내는 것이 불편할 정도의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잔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첫 번째는 따뜻한 마음을 담은 칭찬이다.

물론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나 친지에게 시험이나 취업준비, 결혼, 출산 등이 가장 궁금한 주제들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민감한 부분에 돌직구를 날리기보다는 ‘지난 번에 봤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졌다’나 ‘새해엔 좋은 일이 많이 생기겠구나’ 하는 식의 덕담을 먼저 건네는 게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지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좋은 소식이 있다면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얘기를 꺼낼테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마음으로 배려한다면 방에 나오지 않는 ‘명절 은둔자’들의 발걸음을 거실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잔소리에 이어 선물이나 용돈 등 경제적인 비용 부담도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 가족이 모이는 만큼 풍성하고 넉넉한 마음이 있는 자리이지만 세뱃돈을 비롯한 명절 지출이 적지 않고, 입학·졸업 등을 앞둔 친지가 있는 경우 이러한 부담이 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만원짜리의 등장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 한 몫을 했다.

특히 앞서 잔소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젊은 층에 집중된 반면 지출로 인한 부담은 40~50대에서 많이 나타났다.

또한 고향으로 가는 운전과 이로 인한 피로감, 교통체증을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도 명절날 맘 편히 웃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나친 과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와 명절 음식 준비 등 집안일도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들이다.

이를 해소하는 데에는 남자와 여자의 구분 없이 집안일을 나눠서 함께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명절엔 가만히 앉아 있거나 자는 게 일이었던 남자들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상 닦기나 그릇나르기, 수저놓기 등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명절이 누군가는 부엌에서, 누군가는 TV 앞에서만 지내는 시간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임을 체험토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서로 고마움을 자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또 집안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보는 것도 명절증후군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윷놀이 등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놀거리를 만드는 것도 좋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악몽으로 남지 않도록 조금씩 배려한다면 이번 설날은 가족 모두에게 더욱 따뜻하고 넉넉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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