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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경제급전 원칙, 이제는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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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덕 GS EPS 상무
가까운 친구들과 지난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대학입시 제도를 둘러싼 작은 논쟁이 있었다.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수능 성적만으로 대학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수능 성적 외에 다양한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현행 제도로 인한 수험생 부담 증가를 비판했고, 후자는 수능 단일 기준의 획일성을 지적했다. 대학 서열화 해소를 전제하지 않는 입시 제도만의 논쟁은 공허함을 공감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최근 우리나라 전력시장 제도에도 유사한 쟁점이 확산되고 있다.
전기는 저장이 불가능한 특성으로 인해 재고가 존재할 수 없다. 전력거래소는 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을 실시간 수요 수준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양만을 구매해서 소비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어느 발전기의 전력을 먼저 구매할 것인가에 관한 기준이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1kWh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가 낮은 순서대로 구매하는 소위 ‘경제급전 원칙’이 확고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원칙은 연료비라고 하는 단일 기준 적용에 따른 운영상 편리성이 최대 장점이다. 그러나 최근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감축 등 외부 효과를 반영할 수 없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 감축 관련 세미나에서 자녀와 함께 온 많은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미래 환경 보장’이라 쓴 손 팻말을 들고 패널 토론자 중에서 전기요금 증가 우려를 이유로 석탄 발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할 때마다 야유를 쏟아냈다. 최소한 그 자리에서는 연료비만을 기준으로 한 ‘경제급전 원칙’은 생명권 앞에 설 자리가 없어 보였다.
정부는 지난 해 12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력 부문에서만 예상 배출량 대비 약 20%를 줄여야 한다. 현행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석탄 화력을 가동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초과할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로 인해 전력 수요가 줄어들면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수요 감소로 인한 자연 감소분을 국제 감시기구가 용납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전 국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깨달음과 동시에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신화를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천문학적 비용과 입지를 둘러싼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예견되고 있다.
‘경제급전 원칙’의 최대 장점은 단순성이다. 연료비가 낮은 순서대로 구매함으로써 전기 소비자의 요금 부담을 줄인다는 면에서 일견 합리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돈보다 소중한 것은 생명이다. 더욱이 미래 세대의 건강한 생활 보장과 관련된다면 어떤 기준도 이 원칙보다 우선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불행하게도 현행 경제급전 원칙은 다양성을 반영할 여지가 없다. 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 및 원자력 리스크 등 전력구매 순위 결정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다양해지고 있다. 경제급전의 획일성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다양한 전력구매 기준 적용을 매우 성가시게 여긴다. 때로는 소비자 요금 인상을 언급하며 입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급전 원칙의 부작용은 금방 확인된다. 6차 전력수급계획부터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이 사라졌다. 발전 설비 비중은 원자력, 석탄, LNG간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연료비 순위로만 발전을 한 결과 발전량의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급전 원칙의 대안을 찾는 노력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지금 전기 요금을 적게 내는 대신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외면할 것인지 아니면 요금 부담 증가를 일부 감수하되 생명권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더 이상 미룰 문제가 아니다.
후자라면 그 대안은 온실가스 감축에서 찾아야 한다. 현행 경제급전 원칙을 고집하면 매년 온실가스 초과 배출량이 발행한다. 전력거래소는 매년 초과 배출량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을 기준으로 발전원별 발전량을 할당해서 구매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동일한 발전원별 내에서는 소위 경제급전의 원칙에 따라 연료비가 낮은 발전기가 우선 가동되도록 운영하면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혹자는 원별 발전량 할당에 따른 한전의 전력구매비용 증가를 우려한다. 현행 대비 일부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겠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한전의 배출권 보상액 감소 효과 등을 고려하면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증가 효과가 크다면 현행 변동비 시장 대신 개별 발전기별 적정 수입만을 보장하는 양자 계약 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
“Safety and certainty in oil lie in variety and variety alone.”
1913년 영국의 처칠 수상이 전투함의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에너지원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모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나라는 발전원별 적정 비중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온실가스 감축 규제까지 고려한다면 연료비만을 기준으로 하는 경제급전 원칙은 더 이상 원칙이 될 수 없다.

작성 : 2017년 01월 16일(월) 15:01
게시 : 2017년 02월 01일(수) 09:42


정형석 기자 azar76@electimes.com        정형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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