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 조합 추천제 등 조합원 판로 확대 총력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활성화됐던 2000년대 초반 4000억원 안팎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했던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곽기영・사진)은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연간 40억원 규모의 조합수입 가운데 절반 이상을 단체수계(배전반, 변압기, 발전기, UPS 등) 수수료로 충당했던 전기조합은 제도 폐지 이후 수수료 수입 급감과 조합원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최대의 위기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 결과 2004년 48명에 달했던 전기조합 직원도 2005년 38명, 2006년 27명 등으로 해마다 줄었고, 단체수계가 완전 폐지된 2007년에는 12명까지 축소됐다. 불과 3년 만에 조직이 4분의 1로 축소된 셈이다.

그렇게 단체수계 폐지 이후 후발사업의 부재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변압기, 개폐기 업체들이 사업조합을 구성해 떨어져 나간 것도 전기조합 입장에선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기조합은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 보급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2009년 공동브랜드인 ‘위제스(WEZES)’를 제정, 반전을 꾀했다. 이를 통해 조달청으로부터 조합을 대표법인으로 해서 27개사가 우수조달 공동상표 업체로 지정돼 공공기관에 수의계약으로 납품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한편으로는 한국전기연구원이 기초연구를 완료한 복합 신소재 ‘엘크바’의 상용화 사업에 투자하고, 발전기(디젤엔진), 무정전전원장치(UPS), 변압기 품목에 대한 적격조합 인가와 조달청 MAS 등록 등을 통해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소액수의계약 추천업무를 위해 수의계약 한도 상향을 건의한 결과 계약금액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인상되고, 조합에 추천권이 주어진 것도 이 무렵이다.

전기조합은 이외에도 태양광 등 단체표준인증사업, KAS(한국제품인정기구) V체크마크 인증사업, 교육인력양성사업, 각종 연구개발과제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수익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기조합 관계자는 “단체수계 폐지 이후 전기조합도 직원이 대폭 줄어드는 등 구조조정을 겪었고 재정적으로도 적자가 불가피했는데, 당시 모든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비슷한 처지였다”면서 “때문에 다른 수익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전기조합 등이 의욕을 갖고 추진한 소기업 공동사업제품 조합추천제도 역시 단체수계 이후 조합 운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체제도로 관심을 끄는 사업이다.

이 제도는 협동조합과 3개 이상의 소기업·소상공인이 공동사업(단체표준인증, 공동상표, 특허권, 기술혁신촉진사업(공통애로기술개발사업), 협업사업)을 통해 개발한 제품이 있을 경우 수요기관은 해당제품을 조합이 추천한 업체 간 지명경쟁 또는 제한경쟁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 중기지원제도다.

2015년 5월 개정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제7조의 2)(이하 판로지원법)’에 따라 도입됐으며, 대상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204개 전체(금액제한 없음)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이외의 물품·용역(기재부 고시금액 2억1000만원 미만) 사업이다.

따라서 이 제도를 활용한 구매가 활성화되면 소기업의 판로확대는 물론 전기조합의 위상강화와 수익증대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게 조합의 판단이다.

전기조합의 한 조합원사 대표는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는 잘 된 일이지만 그동안 열악한 중소기업의 판로확보를 위한 대체제도 마련은 표류해왔던 게 사실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제도 역시 일부기업이 물량을 독식하는 양극화 문제를 초래했다”면서 “단체수계도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였던 것처럼 소기업 공동사업제품 조합추천제도도 이해당사자가 원리원칙대로 투명하게 운영해야 도입취지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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