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1년간 대한민국 뿌리산업의 밑거름 역할을 하고, 미래 전력·에너지 산업을 이끌어갈 청년인재를 발굴하고자 ‘연중기획-1020 희망 사다리’ 시리즈를 시작했다.

전국에 전기·에너지 관련 학과를 개설한 16개 특성화 및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소개하고, 인재양성 과정을 살펴봤다. 이렇게 육성된 인재가 제 역할을 함으로써 학교와 기업간 희망사다리가 마련되길 기대했다. 이 중 지난 1년간 변화의 중심에 섰던 학교들을 되짚어봤다.

처음으로 소개된 학교는 휘경공업고등학교다.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본지 기자가 부임 2년차를 맞이한 추교수 휘경공고 교장을 만났을 때 추 교장은 도제학교 운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당시 추 교장은 휘경공고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기공사의 첫 도제학교 지정을 추진하는 중이었다. 추 교장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이론과 현장실무를 배우는 한국형 도제교육 모델로 전기공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본지 기사화 이후 휘경공고는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광운전자공고, 한양공고와 더불어 전국 최초로 전기공사·전자 분야 도제학교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학교 위상도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더구나 거점학교로 지정됐기 때문에 휘경공고 주도로 전기공사와 전자 관련 도제교육이 이뤄진다. 휘경공고 전기제어과 학생들도 의욕을 갖고 수업에 참여한다는 후문이다. 전기공사 도제학교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학교 중 하나다.

최근 휘경공고는 도제학교에 참여할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향후 교육일정을 발표했다.

추 교장은 “이제는 학교에서 길러진 인력을 수요자가 일방적으로 채용하는 방식보다는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학교와 기업이 협업해서 육성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며 “도제교육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등포공고, “전기과 대세, 신입생과 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업”

영등포공업고등학교는 전기와 기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특성화고 중 하나다. 이미 기계 분야는 도제학교로 지정돼 운영중이고, 전기공사 분야 거점학교로 도제학교 지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전기과의 산학협력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는데 특히 전기공사 관련 수업은 서울시내 공업계열 고등학교 중에서도 단연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산학협력으로 맺어진 우수한 전기공사업체들을 통해 학생들의 현장감각과 실무능력을 배양시키는 것도 이 학교만의 장점으로 통한다.

이 같은 내용이 지난해 3월 본지에 소개된 이후 영등포고 IT융합 전기과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신입생 모집과정에서 전기과에 대한 학부모 관심이 높아졌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전기과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이전에 비해 전기공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임정모 영등포공고 기술인재양성부장은 “전기과의 높은 취업률과 우수한 프로그램이 기사화된 이후 신입생 모집에서 인기가 높다”며 “전기과 재학생들도 전기 분야로 취업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전기공사업체에 취업한 학생들의 정착비율도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시 영등포공고는 전기 분야 도제학교 지정을 추진했는데 돌연 중단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학교가 기업에 비해 많은 부담을 안고 있고, 제조업 중심의 사업이다보니 전기공사로는 한계가 있는 점 등 애로사항이 존재해서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한정된 학교 인력으로 수업과 도제교육을 병행하도록 만드는 현재의 도제학교 시스템은 학교 측에 많은 부담이 가중된다”며 “독일식 도제학교처럼 기업 중심의 도제교육이 활성화되도록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공고·원자력마이스터고, “맞춤형 인재 육성, 전문성 강화 주력할 것”

서울공업고등학교는 지난해 4월 희망사다리 기사가 보도된 뒤 학교 홍보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당시 학부모, 중학생 등이 볼 수 있도록 기사를 스크랩해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한 덕분이다.

취재 당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던 병역특례업체 맞춤반은 지난해 취업률 상승에도 일조했다. 지난해 취업률은 75%로 2015년보다 5% 상승했다.

이동주 서울공고 전기전자과 교사는 “서울공고와 협약을 맺은 기업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채용할 수 있고, 학생들은 취업과 병역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인기가 높다”며 “내년에도 병역특례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공무원 지망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 중이다. 올해부터는 교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무원 준비반에 들어가려면 선발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동주 교사는 “공무원 시험에 학생들이 몰리다보니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선별하기로 했다”며 “개인에 맞는 맞춤형 취업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울진에 위치한 원자력마이스터고의 경우 기사가 보도된 이후 원자력 업계를 대상으로 학교 홍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산업 인력을 고등학교 때부터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기관이 없을뿐더러, 기사를 통해 원자력 전문지식과 현장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덕분이다.

올해도 원자력마이스터고는 원자력 교육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위탁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전KPS와 함께 위탁교육을 실시할 예정이고, 최근 교직원 워크숍도 한수원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실시하며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는 것.

이병문 원자력마이스터고 마이스터 부장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공기업 채용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생들이 전문성과 현장경험을 많이 쌓아서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공고, “67개 기업과 협약 통해 지역 내 인재공급에 힘쓸 것”

수원공업고등학교는 지난해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해내며 취업사관학교로서 명성을 고스란히 이어갔다. 학교는 인재와 기업 간 미스매치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간 결과다.

수원공고는 본지 보도가 나간 이후 수원 지역 67개 기업과 취업맞춤반 취업·채용 협약을 맺었다.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학교는 우수한 인력을 양성해 기업에 공급함으로써 산업체와 학교, 지역 간 동반 성장을 이끌어낸 취업 우수 대표 사례로 만들어냈다.

학교 관계자는 “전기전자제어과와 전자통신과 등 총 7개과에 특화된 업체를 선별해 학생들과 기업 방문 면담을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적합한 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주 목적”이라며 “기업은 학생을 심층 면접하고 인성과 적성을 파악해 유능한 인력을 선발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수원공고는 직업능력개발훈련과정을 통해 기업들의 직무를 분석한 후 232시간의 맞춤형 훈련을 실시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산업기능요원에 우선 편입돼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경기도 유일의 국방부 특성화 학교로 지정된 수원공고는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기술사관을 양성하는 군특성화 학과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수의 군 기술특기병을 배출해 학생들의 경력 단절을 막고, 기업들은 산업 기술을 적절히 살린 인재를 바로 확보하는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동아마이스터고, “LED조명·전자과 통합해 전기전자제어과 신설”

동아마이스터고등학교는 기존 LED조명과와 전자과를 통합해 올해 전기전자제어학과를 신설했다. 전기전자제어과는 전기‧전자의 기초이론과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설비, PLC, PC기반 제어, 모터‧센서 제어 분야의 전문 심화과정을 거쳐 각종 시스템을 운용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는 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됐다. 이를 통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에너지 분야에서 학생들이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는 게 동아마이스터고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전자제어학과는 올해 200명 정원에 5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려 인기를 끌었다.

특히 올해는 학과 모집제도로 바꾸고 1학년부터 전공을 선택해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1학년부터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 동아마이스터고는 취업률도 95%를 달성했다. 올해부터는 취업지원센터의 역할을 강화해 학생들의 적성에 맞춘 진로 상담과 취업지원에 한층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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