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재희 명예교수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부대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재희 명예교수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부대표)

아침 뉴스 시간마다 중계하던 화재 소식과 교통사고 소식이 없어지고 석 달 째 우리나라에서 각종 시설물에 의한 사고는 물론 근로현장에서 발생하던 산업재해를 포함해 어떠한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뉴스가 전 언론매체를 통해 며칠째 전파되고 있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2017년 10월 5일이다. 오늘은 분명히 만우절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는 악명 높은 사고 공화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이 맞다. 그럼 2017년 대한민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갑자기 사고 공화국이던 치욕적인 오명을 훌훌 벗어던지고 사고가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바뀐 것인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올 초, 정부에서는 국정운영의 첫 번째 목표를 온 국민이 등 따습고 배가 든든한 경제 살리기, 둘째 목표를 어린아이부터 100세 노인까지 전 국민이 사고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사는 나라 만들기로 정하고, 제도를 바꾸고 돈을 투입하면서 국민에게 열심히 호소한 대목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세상에 태어나서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국민 여러분도 각자 지켜야 할 안전 기준과 수칙을 꼭 지키는 습관을 생활화 해 주세요. 안전을 생활화하는 안전문화운동을 열심히 해달라는 캠페인들.

그 때부터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은 내가 지키고, 내 집과 내 직장의 안전은 나부터 앞장서서 지키는 안전의 생활화에 열심히 참여해 온 생각이 떠오른다.

또 한 가지가 선명히 떠오른다. 지난 세월 다툼의 장소로 기억 되어오던 국회가 복지 중에 으뜸 복지인 안전복지를 지원하기 위해 앞 다투어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는 경쟁을 치열하게 해 온, 그래서 오랜만에 국회가 하는 등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자 노력도 하는구나 하는 참 괜찮은 기억이다.

또 다른 기억도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고와 옥시 가습기 사건 등 각종 기업으로부터의 수많은 사고로 국민과 근로자의 생명을 앗아가고, 장애인을 만드는 등 OECD 국가 중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만인율 최하위 그룹에 있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만인율이 우리나라의 5%에 불과했던 영국의 경우 법을 어긴 법인은 기소 전이라도 피해자에 대한 구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벌금의 경우 상한선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연 매출액의 2.5~10% 범위에서 부과하고 있는 법을 준용해, 사업주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매우 큰 경제적 제재를 당하는 법인과실치사법이 도입했다.

이후 많은 기업이 앞 다투어 안전시설에 투자하고 근로자 안전을 우선시하는 안전중시경영을 열심히 하는 등 기업이 지속발전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국가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언론에서도 범국민 안전문화운동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있다. 각종 언론에서 앞 다투어 국민 생활안전을 지원하기 위한 특집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기획 특집들이 방영되고 있고, 드라마 등에서도 위험한 행위를 없애고 안전한 생활을 위한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는 등 안전문화운동 진흥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또 우리사회에 책임을 지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은 꼭 기억해야 할 변화다.

과거의 모습을 회상해 본다. 502명의 숭고한 생명을 희생케하고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던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부실공사와 불법, 정경유착 고리의 주범이었던 이준 회장은 고작 7년형을 받았으니, 정말 공분을 살 일이었다.

이마트 탄현점에서 근로자 4명이 냉매가스로 사망했을 때도 그랬다. 원청인 탄현점 지점장과 법인에 부과된 처벌은 고작 벌금 100만원씩이었고 이천 냉동창고에서 40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에 대해서도 벌금은 2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 초,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고, 곧이어 대기업에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법원은 사업주에게 징역 10년과 추징금 100억원을 선고했다. 이후 산업현장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책임지는 문화가 자리잡혀 가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2017년 6월 말에는 국민안전교육진흥기본법이 발효돼우리 국민을 유아기 때부터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은 물론 노령기의 안전교육과정까지 생애전주기 맞춤형 안전교육이 민관합동으로 이뤄지고, 안전문화운동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한 기획 및 지원을 전담하는 안전문화진흥원이 정부에 만들어져 안전문화 진흥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안전문화 운동이 온 사회 곳곳에 들불처럼 번져 우리 모든 국민의 안전이 생활화 돼가고 있다.

아! 대한민국, 아! 우리나라, 아! 안전한 나라가 이뤄지는 꿈을 꾸어본다.

꿈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꿈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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