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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박경엽 한국전기연구원장
"전력분야 시스템 기술 구축 시급
큰 그림 속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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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변곡점이 있다. 변곡점 이후의 새 지평을 한 호흡, 한 호흡 멈춤 없이 이어갈 때 우리는 그것을‘외길 인생’이라 일컫는다.
박경엽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의 변곡점은 1981년 KERI에 합류한 순간이었다. 입사 후에는 전력기기 분야의 연구개발 부서와 연구사업 책임자를 역임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한 길’만을 걸어왔다. 또 중점거점사업인‘IT화를 위한 신전력기기 개발’,‘1100kV 50kV 2점절 GIS 개발’, ‘극간콘덴서 불용형 170kV 50kA 가스차단기 개발’등 10여건의 전력기기분야 연구개발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우리나라 전력기기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증설을 마무리 지어, 국내 중전기기 업계의 최대 숙원과제를 풀었다. 박 원장은 기존 대전력시험설비와 달리 엔지니어링부터 기자재ㆍ설계ㆍ발주ㆍ설치ㆍ운영 전반에 걸쳐 순수 우리기술로 개발ㆍ완수 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기관은 제도, 연구원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습니다. 저는 1981년 KERI에 들어온 뒤 항상 시작점에 서서 터전을 닦기 위해 노력했죠. 이유는 단 하나, 내 후임들이 나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기관은 바람직한 연구 환경을 마련해주고, 연구원들은 열정을 갖고 ‘인류와 세계, 국가에 도움이 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박 원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2014년 취임 후 줄곧 ‘제도 정비’에 힘써왔다.
그는 “제도가 바람직해야 조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치 있는 과제를 선별해 지원하도록 제도를 정립, 예산과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과제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조언하는 길라잡이가 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정부출연연구소는 미래 핵심기술 개발의 주역으로서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응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크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분야에서 보다 가치 있는 연구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들은 연구에 대한 분명하고 정확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며 “KERI의 경우, ‘인류를 위한 연구’에 연구철학을 두고 연구주제를 선정할 때는 연구원 개인이나 소속기관의 이익보다는 국가 혹은 인류의 복지, 더 나아가 지구의 환경보전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열정적 연구개발 문화 조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무엇 때문에 연구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 뒤 연구원들끼리 한참동안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치 있는 과제를 선택하고 진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고민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죠.”
이를 위해 박 원장은 지난 3년 간 각종 분야의 R&D 연구자를 초청해 강의를 개최, 경험담과 방법론을 듣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기관이 느슨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박 원장의 특약처방인 셈이다.
박 원장은 “연구원들은 매 순간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산ㆍ학ㆍ연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진취적으로 연구개발 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전했다.

◆연구ㆍ시험 함께, 융합이 KERI 성장속도 높일 것
“R&D 수준만 조금 끌어올리면, KERI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겁니다. 국내 전력기기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박경엽 원장은 “KERI의 시험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KERI는 시험인증과 R&D 부서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더 빠른 발전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통해 시험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그 기술을 토대로 연구결과를 상용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때문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전력기기 개발 과제를 다수 담당했다.
▲전기기기 성능예측용 시뮬레이터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위한 초고압 지능형 GIS ▲신차단방식 설계기술 ▲복합소호형 가스차단부 등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과제가 박 본부장의 손을 거쳤다.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이 평가받는 박 원장의 공은 새로운 성능평가 시험설비를 구축해 전력기기산업의 획기적인 성장에 기여한 점이다.
1979년부터 1982년까지 국내 최초로 이뤄진 전기연구원의 단락시험설비 건설 사업에도 참여해 시험설비의 타당성 검토와 기술사양을 평가했다.
이를 통해 전기연구원을 효율적인 연구기관으로 발전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실제로 박 원장은 ▲안정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주요사업 연구지원체계 ▲합리적이고 성과지향적인 개인평가제도 ▲기술이전 활성화 및 중소기업 지원체계 들을 정착시키면서 전기연구원을 세계 3대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특히 ‘Top-down’ 과제는 박 원장 최고의 기획으로 인정받는다.
본부장 시절, 국가현안을 해결하거나 세계일등기술을 개발하는 등 전기연구원의 대표연구라고 내세울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해 안정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주요사업 연구지원체계를 확립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기관 고유분야 공통핵심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연구팀을 꾸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국산화ㆍ시스템 기술 R&D, 미래 먹거리 삼을 것
“앞으로는 로봇과 에너지, 의료기기 산업이 국내 제조업과 R&D의 핵심 분야가 될 겁니다. 최종 목표는 당연히 국산화겠죠. KERI는 의료기기의 경우 서울대학교 병원과 영상처리, 보청기 등등 다양한 아이템과 설비 국산화를 위해 활발하게 연구 중이지만, 로봇과 에너지 산업에서는 아직 분발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박경엽 원장은 “모든 자동화 기계는 로봇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무궁무진한 셈”이라며 “지금까지 KERI는 전통적으로 전동력 모터와 드라이버 기술이 핵심이었고, 거기서 수반되는 제어기술, 센서와 신경망 구동장치 분야 등을 연구해 왔는데 향후에는 보다 전략적으로 로봇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관련 엔지니어링 설계 및 연구에 주력, CO2 저감에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볼 때 전력분야에서 시스템 기술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는 변압기, 차단기, 개폐기 등 단품 전력기기 분야 기술은 뛰어나지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전력시스템 구축 능력은 부족하다”며 “대기업들조차 해외시장에 나갔을 때 시스템 기술이 없어서 애로사항을 겪는데 중소기업들이야 오죽하겠느냐”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설계하고 기기 발주를 내고, 실제로 운영까지 책임지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을 갖추는 게 시급한 이유”라며 “이외에도 국가전력시스템을 비롯한 정책, 제도 운영방안과 관련해 꼭 큰 그림을 그리면서 장기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는 KERI 연구원들에게 ‘기업을 돕는 게 우리의 주된 임무’라고 말하곤 합니다. 또 대부분의 연구를 기업들이 주도해야 하며, 부수적으로 전문 인력과 지식이 필요한 부분을 KERI가 맡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죠.”
박 원장은 “해당 시장은 기업들이 가장 잘 안다”며 “기업들이 판을 벌리고 큰 그림을 그린 뒤 각각의 기술을 세분화한 뒤 KERI가 필요한 순간에 러브콜한다면, 연구과제가 수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작성 : 2016년 12월 27일(화) 13:06
게시 : 2017년 01월 02일(월) 09:25


이진주 기자 jjlee@electimes.com        이진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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