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힘에 겹고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을 뒤로하고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해를 뒤돌아보면 어느 때 보다도 곡절과 시련이 많았다. 연초부터 조선해운산업의 파탄을 시작으로 저유가시대 출현,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등에 연동해 한국경제호는 경착륙 신호를 감지해야만 했다. 한 술 더 떠 6월초부터 시작된 더위는 40년만에 최고의 폭염으로 맹위를 떨치면서 냉방전력 수요가 급증,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라는 원성을 샀다. 그러나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중후반들어서 규모 5.1, 5.8의 강력한 지진이 경주지역에서 9월12일 연이어 발생한 후 여진이 지속되면서 악재를 알리는 경고음은 멈추질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에서 보호주위자이면서 막말 파문을 일으키는 등 믿기지 않던 공화당 후보의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됨으로서 아직까지도 그 진동이 멈추질 않고 있는 마당에 유로존 3위 국가인 이탈리아 역시 EU를 벗어나는 이탈렉시트까지 파생돼 세계경제는 요동쳤다.

끝은 여기서가 아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國政壟斷)사태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국민집회는 끊임없이 진행형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살처분 닭·오리만 역대 최고치인 2500만 마리를 넘어서는 등 소위 국가 컨트롤타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빨간 신호등 앞에 멎어 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의 구성원 모두가 본분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여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가슴 쓰라린 비극이다. 오죽하면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를 1위에,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패망한다’ 역천자망(逆天者亡)을 2위에 ‘작은 이슬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를 3위에 꼽았을 정도로 온나라가 제자리를 잡지 못했고 정말 부끄러운 한해였다.

이제 새해는 열렸다. 예후는 썩 좋지 못하다. 지난해 워낙 격랑의 파고를 겪었던 것이 하루아침에 확 바뀔리는 없다. 일찍부터 미국 금리인상이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이어질 것이란 예고가 있는 데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자국보호주의에 의한 정책이 어떤 쪽으로 튈지 돌발변수를 감지하기 어렵다. 미국을 포함한 유럽, 중국, 일본 등 사실상 세계 빅4 경제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와 함께 유로지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경기 향방이 바뀔 조짐이어서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상존할 수뿐이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바깥 상황이 이런데다 우리는 지금 넘어야할 큰 산들이 너무나 많다. 자원빈국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연속 2% 성장대에 머무르고 있는 데다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제조업 경영난으로 구조조정 위기가 속출되는 등 한국경제는 선제적 방어로도 힘에 겨울 정도의 경착륙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북핵 문제도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조류인플루엔자( AI)문제도 그렇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여야 모두 사분오열돼 국민 생각과는 동떨어진 이기는 선거분위기에만 집착하는 등 정치주체들의 내홍은 도(度)를 넘어서고 있다. 개헌 이야기도 불거져 나오지만 지금 수면 위까지 올라온 중심의 논제는 언제 대통령 선거를 해서, 누가 대권을 쥐느냐에 따라 국정이 바로잡히고 흐트러진 민심을 곧추세울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997년에 한번 겪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때 보다도 더 힘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혼란과 진통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행간으로 미루어 2017년에는 정치, 사회, 경제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가장 큰 현안이고 관건이다.

우선은 국가의 시스템 결핍에서 생겨난 난맥상에 대한 정책적인 로드맵을 세우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겸비한 위정자들이 새로 나와서 적폐를 도려내고 민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대한민국을 제자리로 돌이켜 세워야 한다. 그다음엔 국회나 공무원, 경제인들을 비롯한 사회 일원 모두가 최근 민주시민 집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중지를 모으고 자기 위치를 지키는 가운데 국민 공감대를 이뤄나가야만 무너져 내린 주권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생각의 차이에 따라 세상은 달라지는 게 이치다. 2017년 정유년이 바로 그런 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령을 누굴 뽑고, 어떤 행정부나 경제팀이 들어서고 하는 것은 국민에게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 비관적으로만 생각해서도, 침울하다고 통분만 해서도 될 일이 아니고 이럴 때 일수록 자중할 건 자중하고 부족한 것은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인내하면서 큰 앞날을 위해 똑바르게 적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을 정도로 과연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해야만 하는가를 놓고 신중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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