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

최근에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근심의 목소리가 높다.

10월 26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2015년 전 지구 연평균 농도가 400ppm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비교하여 한반도를 대표하는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에서 관측한 2015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07ppm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세계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매우 염려스러운 일이다.

세계적으로는 미국대통령에 트럼프 후보자가 당선됨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와 다른 기후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적 친환경에너지 정책들이 추진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제 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2)에서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온난화 대책과 관련한 비판과 격려의 뜻으로 수여하는 화석상을 받음으로써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라는 주요국의 눈초리가 따갑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2014년 “에너지”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사실은 다소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최근 에너지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의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 필자는 데이터를 받아 인구, 경제성장, 에너지집약도, 화석연료의존도, 배출계수 등의 다섯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LMDI분석이라 함)하여 보았다.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주요 요인은 화석연료 비중의 하락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연료 비중의 하락은 첫째, 제11차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 하에 원전과 석탄원료의 기저발전 안정화로 첨두부하인 LNG발전의 감소, 둘째 유류의 경우, 영남1,2호기, 울산1,2,3호기의 폐지, 셋째 신고리#1,2 등 2013년 정지원전 재가동으로 인한 원자력 거래비중 증가 등에 크게 기인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원료의 경제성과 에너지 수급 안정화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원자력은 현실적으로 당분간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원일 수 밖에 없다. 만약 원자력에서 제공하던 에너지를 화석연료로 전환한다는 가정 하에 위 LMDI분석을 해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에 대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없는 성급한 정책은 인정받지 못한 예가 있다. 스위스에서는 11월 27일 원전가동 조기중단 법안에 대한 투표가 있었으나 부결되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30%의 원자력 발전 비중을 나타내고 있는 스위스는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원전가동 중단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지만, 만약 이번 법안이 가결되었다면 1969년 건설한 베츠나우 원전 등 3기를 내년에 당장 폐쇄하여야 한다. 원전발전량을 대신하여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환하였을 때 47조의 비용이 발생하는 등 국민들의 막대한 비용부담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후원전의 안전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원전중단으로 인한 에너지 부족, 비용증가를 감안해야 하는 현실을 인정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프랑스는 에너지 구조 전환을 이루려는 계획인 중장기에너지계획(PPE, programmation pluriannuelle de l'energie)을 발표하였다. 에너지 구조 믹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2025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현재 76%에서 50%로 서서히 줄이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효율 향상 및 화석연료 소비 감축, 재생에너지 개발 가속화, 에너지공급 안정성 확보 및 차세대 에너지시스템 구축, 친환경 이동수단 개발 등을 위한 목표와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재생에너지 산업계는 성장과 고용창출의 긍정적인 결과를 이루어 가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력생산에서 원자력의 비중이 현재 30% 수준인데, 프랑스의 중장기에너지계획(PEE)과 같이 국내 상황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된다. 원자력발전을 논함에 있어서는 안전성, 경제성 외에도 온실가스 감축 및 친환경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원자력발전, 온실가스 감축 등과 관련된 정책이 우리 경제 환경에 맞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논의되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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