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환 GRIDWIZ 대표
김구환 GRIDWIZ 대표

지난 주 월드뱅크의 초청으로 이집트를 방문하여 크린테크 컨프런스에서 한국의 수요관리 정책과 기술을 발표하였다. 처음 방문한 카이로는 내게 상상 이상의 혼잡과 무질서함 자체였다. 무너져가는 듯한 잿빛 건물들, 도로의 소음과 혼돈, 낡은 차들의 배기가스, 뿌연 스모그와 메케한 공기, 막무가내로 접근해 오는 사람들은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낯선 풍경이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 그 무질서함에도 규칙을 발견하게 되고, 한국의 30% 정도 물가에 놀라고, 일명 걸래빵이라는 이집트 에이쉬 빵과 두부느낌의 페타치즈를 매일 아침 즐기는 내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월드뱅크의 초청으로 나일강에서 5000년 역사의 삼각 돛단배인 펠루카를 타고 바람만으로 항해도 하고 강변의 고급식당에서 저렴한 비용에 수준높은 만찬도 즐기면서 단점들은 점차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바뀌게 되었다.

특히 행사장인 그릭캠퍼스의 자유분방한 젊은 창업가들을 대할 때는 우리와는 다른 생동감을 느꼈다. 영어에 능숙하고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좋아하고 새로운 기술도입에 빠른 문화는 마치 실리콘벨리의 그것과 더 유사했다. 한 예로 최근 카이로에서 우버가 대유행하면서 인구의 10%만이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었지만 우버를 위해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할 정도이다.

이집트는 대한민국의 10배 면적에 사막이 97%, 나일강변 3% 면적에 9천만명이 살고 카이로에만 2천만명이 모여 산다. 2012년 시민혁명으로 민간 대통령 통치 이후 다시 구테타로 군부가 집권하고 있지만 정치가 안정되면서 지금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집트의 전력시장은 설비용량 32GW이며 수요는 매년 6.2%로 성장하고 있어 전력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이집트 정부는 전력부족 해결을 위해 발전소를 건설하고 발전원을 다변화하며 에너지 절감과 요금제도 개선 등의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 기업에도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AMR을 5만가구에 설치하여 시범운영 중이며 사우디와는 500kV급 900Km의 HVDC 계통연결을 추진중이다.

특히 이집트의 전력계통은 상당부분이 관광지나 리조트, 농업과 공업지역 등이 디젤발전기를 사용한 미니그리드(mini-grid)로 계통이 분리되어 운용되고 있으며 물 부족으로 전체 전력의 25% 이상을 물을 펌핑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한국의 7배 이상인 800원정도이며 휘발유는 한국의 25% 수준으로 리터당 330원이다. 흥미로운 점은 폭동방지를 위해 정부는 유류에 세금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리터당 130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따라서 발전원도 오일이 47%, 가스 49%, 수력 1%, 재생에너지 1%, 바이오 2% 분포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는 향후 오일에 대한 보조금을 없앤다는 계획이라 만났던 그릭켐퍼스의 창업가들 사이에서도 미니그리드의 디젤발전을 태양광으로 전환하는 사업들이 각광받고 있었다. 젊은 창업벤처인 퓨처펌퍼는 태양광을 이용한 효율적인 펌퍼시스템을 개발하여 농업용수 펌퍼를 태양광펌퍼로 대체하는 사업을 하고 있고, 엠카파는 태양광 패널 하나에 USIM을 넣은 단말기와 LED전등을 연결한 태양광 키트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 가정 30만호에 불을 밝히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을 대여하는 사업모델을 보급하고 있었다.

컨퍼런스를 통해 만난 여러 전문가들은 이집트에도 생산업체와 공장들이 많지만 에너지 효율화는 아직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단순 사용량 모니터링만으로도 20%정도의 전기료 절감효과를 거둘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통해 우리와의 수요관리 협업들을 제안하고, 이집트 사막지역에도 많은 양의 지하수가 흐르고 있어 펌퍼만 설치하면 농지화 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사막농업에 대한 사업제안과, 컨테이너에서 한 마을분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솔라팜 등의 농업용 에너지에 대한 사업아이디어들로 협업모델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특히 이러한 현지 벤처와의 협업에 한국의 기업들이 참여하면 월드뱅크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모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집트는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수년사이 혁명과 정치적 격동기를 거치고 이제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사용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오일 보조금은 없앨 계획이라 한국의 성공한 에너지 사업모델의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수요관리를 이용한 전력망 피크관리와 재생에너지 기반 미니그리드 분야는 사업의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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