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력정책심의회 개최...위원회 구성 난항으로 일정 차질 가능성
야당·업계 전문가들, “제대로 된 소통·사회적 합의 위해선 연기해야”

정부가 16일 전력정책심의회를 열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본격 착수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전력정책심의회를 개최해 차기 전력수급기본계획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내년까지 마무리한다는 일정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향후 15년간의 전력수요를 예측해 발전설비 건설계획을 담는 것으로, 예정대로라면 내년 7월, 늦어도 내년 말까지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현재의 정치적인 상황과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할 때 계획수립이 가능한지 그리고 바람직한지의 여부다.

우선 일정과 관련해 현재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전문가 소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7월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4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한 소위원회가 계획을 수립하는데 1년 1개월이 소요된 전례가 있다.

전문가 소위원회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과 국회의 압박에 따른 부담 때문이다. 전문가그룹은 대부분 교수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으로부터 연구과제를 수행하거나 자문, 강연 등을 맡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립학교 교원까지도 현재 김영란법 적용대상이지만, 공무원에 준하는 소위원회 위원이 될 경우 이러한 제한이 더 많아진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서 7차 전력수급계획 소위원으로 참여했던 많은 교수들의 한전과 한수원, 발전사, 전력관련 기업들로부터 연구과제를 수행한 전력을 공개하며 공정성을 문제삼아 위원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무게가 다른 어느 때보다 막중하기 때문이다. 전력수급계획은 수요를 예측해 그에 맞는 발전설비를 계획하는 것인데, 발전설비 계획은 최근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앞으로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 및 국민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 경제가 3년 연속 2%대 저성장으로 전력수요가 정체인 상황이어서 신규 발전설비를 계획할 여지가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올 겨울 전력피크 때도 설비예비율이 16.4% 이상일 정도로 발전설비가 남아돌고 있는데다, 경주 지진 여파로 최근 신고리 5·6호기 폐지 법안이 발의되는 등 반원전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있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석탄발전에 대한 국민적인 여론이 안 좋은 점도 전문가들이 소위원회 위원으로 참여를 꺼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전력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괜히 졸속으로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는 것보다는 차기 정부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산자위 소속 김경수 의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2017년은 어느 때보다 정치적 혼란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주요한 에너지정책이 제대로 된 소통과 토론,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거쳐 수립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7차 전력수급계획에 참여했던 한 위원도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계통과 온실가스 감축목표, 경제성, 국민수용성 등을 고려할 때 원전이나 석탄을 대체할만한 에너지원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건설은 한 번 중단되면 인력, 기술, 노하우 등에서 다시 재개하기가 쉽지 않은 특성이 커 이런 중대 사항을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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