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를 보면 우선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재난 사건사고를 통해 쓰러져간 많은 이름 모를 희생자들을 생각나게 한다는 점에서다. 재난 컨트롤 타워의 무능으로 국민들을 희생으로 몰아간 스토리는 현실에서 탄핵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되고 세월호 참사의 실체를 밝히고자 하는 실제 상황과 오버랩된다.

영화 '판도라'는 실제 원전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을 대한수력원자력으로, 전남 영광군의 한빛원전을 한별원전으로 묘사해서 원자로 냉각장치가 정지되고 결국 원자로의 노심까지 녹아내리는 재난상황에서 국가의 컨트롤 타워 부재가 얼마나 끔직한 결과를 일으키는가를 보여주고 관객들을 분노와 허탈감으로 몰아넣는다.

때마침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는 10월부터 계획예방정비 중인 한빛 1호기 격납건물 내부 철판 일부에서 부식 현상이 발견돼 정밀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8일 밝혔고 부식으로 인해 철판 두께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어 재가동이 지연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내부 철판은 콘크리트 외벽과 함께 방사능 외부 누출을 막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일본 경제산업성은 9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폐기(폐로) 작업과 배상에 들어갈 총액이 21조5000억엔(약 219조2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발표했다. 배상 비용은 일본정부가 당분간 대신 내주면서 도쿄 전력에 분할로 청구할 계획이다. 또 다른 대형 전력 회사도 늘어난 비용의 일부를 분담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결국 도쿄전력의 책임을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일본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판도라'의 엔딩 크레딧 자막에는 "한국은 원전 밀집도가 세계 1위이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부 선진국이 원전 폐쇄를 선언한 것과 달리 한국 정부는 신규 원전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보여준다.

원전을 건설할지 안할지의 문제보다는 근본적으로 활성단층이 주변에 없는 안전한 지역을 부지로 확정했는지의 최근 논쟁이 떠오른다.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서는 고리원전은 반경 39km 이내에 340만 명이 살고 있고, 인구 밀집 지역에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 발생시 대피가 어렵다는 사실도 이 영화를 보면서 머리속에 빙빙 돈다.

대피훈련이나 매뉴얼은 원전사무실 캐비닛에 있어도 주변 지역 주민들은 평소 원전사고에 대비한 훈련은 하고 있는지, 주민들 대피 메뉴얼은 있는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원전 불시 정지로 인한 재가동시에도 주민들과의 제데로 소통을 하고 가동했다는 소식을 들어본적이 없다.

소통에 접근하는 발상 자체가 여전히 구시대 논리에 멈춰있다. 대화는 먼저 듣고 반응하라는 것인데, 듣는 시늉만 하고 혼자 떠들고 말았다. 생각이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니,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리가 없다. 정부정책이란 것이 속성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지만 정책시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피해를 봐야 하는 국민과 직간접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게 기본절차다. 그러나, 매번 정부는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 부족을 근거로 어물쩍 문제가 된 원전을 재가동 하곤 했었다.

소통은 원래 어렵다. 그래서 진정성과 인내심을 갖고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 양쪽 의견이 엇갈려 답답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정부가 독단으로 대화상대를 정하고 내린 결론에 공감할 국민은 없다. 재가동에 찬성하는 전문가들 목소리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가동하는 것을 신뢰하는 국민은 없다. 원전에 대한 국가의 소통 실패는 국론분열로 이어져 사회갈등을 심화시키게 되고,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정책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악순환은 결국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원전인근에 사는 가족을 둔 국민들에게 유사시 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국민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진정성과 인내심을 갖고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투명하게 설득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