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8년 일해재단 비리 관련 5공 청문회 이후 28년만에 주요 재벌 총수가 한꺼번에 국회로 불려나왔다. 6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재벌 총수들 9명이 참석한 것. 내로라 하는 대기업의 ‘회장님’ 9명이 한자리에, 그것도 국정조사를 받기 위해 앉아있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국조특위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의 ‘모르쇠’ 전략 덕분이다.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지원금이 대가성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일제히 “대가성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런 대응을 하는 저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대가성을 인정하는 순간 피의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기 보다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모른다”고 말하는 게 가장 현명한 판단이리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더 이상 재벌 총수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지금 내뱉은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만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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