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덕 편집국장
유희덕 편집국장

대한민국은 지금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굳이 말을 안 해도 방송 ․ 신문 뉴스를 보면 무슨말을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대한민국은 뜨거웠고, 국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진실에 목말라했던 국민들은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분노해야 했다. 숨가빴던 한달. 우리나라를 바로 세우는 변곡점이 됐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잘못된 인사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人事(인사)가 萬事(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잘 된 인사는 모든 일을 순조롭게 하고 국가와 사회를 살찌우지만, 그렇치 못한 인사는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선인들은 옛 부터 국가를 다스리는데 제 1의 원칙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로 삼았다.

조선시대 실학자 순암 안정복은 인사를 하는 윗 사람이 멀리 해야 할 세가지 타입의 관리로 勢吏(세리) 能吏(능리) 貪吏(탐리)를 들었다.

세리는 권세를 믿고 멋대로 조종해서 자기 名利(명리)만 좇는 자를 말하며 능리는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 일 삼는 자를 말한다. 탐리는 백가지 계교로 교묘히 私利(사리)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자를 말한다. 이 말은 권력에만 의지하는 사람, 능력보다는 윗사람의 비위만 맞춰 총애를 받는 사람,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사람은 멀리 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기업의 인사는 앞에서 말한 관리(管理) 인사와 다르겠지만, 흔히 우스겟소리로 인사철만 되면 우리 회사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을 보는것 같다는 소리를 자주들을 수 있다. 때문에 기업들의 인사 시즌이 몰린 연말이 되면, 특히 ‘초초 불안 환호 좌절’이 교차하게 된다.

승진 시기가 됐다고 모두를 배려할 수는 없지만, 누구도 납득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고 요구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9월 28일 시행된 김영란법 때문에 인사청탁이 여느 때보다 사라졌다는 기업들의 내부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의 인사에서 시작된 국정농단은 투명한 인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암암리에 자행됐던 인사청탁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연말이면 각 기업과 기관에서 보내 무심히 받아든 인사명령지가 한 사람의 생을 바꿀 수 있고,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운명의 페이퍼’ 라는 생각이드니, 매일 받아보는 각 기업의 인사자료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인사명령지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숨어 있을 것이고, 또 아픔이 있을까.

그래서 12월에 항상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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