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현 건설시공팀장
진시현 건설시공팀장

한 뼘 크기의 사각형 창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세계는 참으로 어마어마하다.

그거 하나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나 북한의 핵실험, 일본의 지진 등 지구촌의 관심을 끄는 일이나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들일 경우 더 빠르게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친구가 어디서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달력에 친구의 생일을 적어놓을 필요도 없다. 그거 하나만 손에 쥐고 있으면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메시지를 남기라는 시그널이 오니까. 뿐만 아니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도 손바닥만한 창을 통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다.

스마트폰.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그것은 요물임이 분명하다.

출근 길 빼곡한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사람들의 눈과 귀는 온통 그것에 맡겨져 있다. 각자의 이어폰을 끼고 그 작은 창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알람기능까지 맞추고서야 굿바이를 하니, 하루를 마감하는 순간에도 함께 하는 셈이다.

중학교 2학년 딸은 그것을 통해 세상만사를 파악하고 만물의 이치를 이해하는 듯하다.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검색능력이 뛰어나니, 직접 가보고 만난 후에야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기성세대에 비해 월등한 정보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도저히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북한이 쉽게 도발할 수 없는 이유가 중학교 2학년 때문이라는 말에 백퍼센트 공감한다. 도발성에 정보력이 더해지니 그 위력은 상상 이상이다.

며칠 전에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주로 사용하는 교육용 태블릿PC를 보다 말 그대로 허를 찔렸다. 아들은 스마트폰이 없다. 아들 말에 따르면 반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은 단 2명뿐이란다. 아들은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크게 조르지도 않고 친구들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2G폰을 잘 들고 다닌다. 내가 지금껏 아는 바로는 말이다. 영어, 한자 등을 공부하라고 사준 교육용 태블릿PC에는 K로 시작하는 모바일 메신저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노란색 아이콘을 클릭하니 수많은 친구들과의 대화내용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유러브미?”였다. 그렇다. 스마트폰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착한 내 아들은 기능이 비슷한 태블릿PC를 통해 사랑고백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생활에 이 같은 큰 변화를 가져온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불과 10년 전 일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은 우리의 예상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간은 물과 증기를 이용한 기계식 생산설비 개발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 전기의 힘을 이용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 반도체 및 IT에 의한 3차 산업혁명을 거쳤다. ICT기반의 4차 혁명은 그 속도나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하나로 농사를 짓는다. 드론을 이용해 미아를 찾는다. 스마트가로등의 블랙박스로 범인을 검거한다. 이 같은 새로운 일상이 조만간 눈앞에서 펼쳐지게 될 것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후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줄곧 세계 패권국의 자리를 지켜왔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그 지위를 흔들기에 충분했고 미국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듯했다. 이빨 빠진 호랑이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러나 ‘팍스 아메리카나’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구글, IBM, 애플, 우버 같은 미국의 거대 ICT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한 미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대국인 셈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략 없는 정책과 소극적인 기업의 투자는 ‘ICT강국 코리아’를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들 뿐이다.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제자리걸음을 멈추고 이제는 뛰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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