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감사드립니다. 업계의 동향을 깊숙이 헤쳐 보셨네요. 대출이자율도 점차 오르고,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운운하는 얘기도 나오는 마당이라 기사의 내용대로 건설현장의 맨 마지막 공정인 전기자재 업계에 생각하기 싫은 바람이 몰아치지 않을까 불안합니다.”

지난 11월 17일자 1면에 보도된 ‘전기자재업계 위험스러운 총력전’의 기사를 보고 한 독자가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의 한 부분이다.

이 독자는 기사에서 을의 입장인 전기자재 업체들이 불안감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아파트 물량을 수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어주고, 위험하지만 생존을 위해 막무가내식으로 물량수주에 나서는 업체들의 심경을 다뤄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아 납품을 해도 대금결제에서 밀리고, 결제조건은 자꾸 나빠진다. 건설사들은 분양도 잘되고, 분양가도 올리지만 자재단가는 과거와 비슷하다”며 “수주를 해도 걱정, 못해도 걱정인 상황”이라고 최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건설사와 거래하는 전기자재업계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 독자의 이메일에서는 피 말리는 전쟁을 하면서도 숨죽이고 사는 건설사 협력업체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당시 취재과정에서도 아파트 건설현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배선기구, 조명, 배전반 등 전기자재 업체들의 숨은 뒷얘기를 여러 건 청취했다.

납품단가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여러 공사현장의 물량을 묶어서 발주금액을 키운 뒤 최저가입찰을 유도하는 사례나 건설사가 1순위 낙찰업체 대신 2순위 업체에 연락해 “1순위 업체보다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해 줄 수 있느냐”고 제안하는 뒷거래는 중소 전기자재 업체들의 기운을 빼는 갑의 횡포다.

대한민국만큼 기업과 기업 간의 관계가 갑과 을의 주종관계로 서열화된 나라도 없는 듯하다.

제조업계를 출입하면서 “대한민국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넋두리를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그런 어려움은 중소기업일수록,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일수록 더 심하다.

“납품하면서도 즐겁지 않습니다. 수금일자를 기다리면서 불안에 떨고, 어음만기일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라고 적힌 독자의 이메일을 보면서 다시 한번 위험스러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전기자재 업계의 실상이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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